▲김영호 목원대 미술대학 교수 |
운전 솜씨를 믿는 건지 의도적으로 깜빡이를 켜지 않고, 제멋대로 차량을 운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차의 진행방향을 인지하지 못한 주변 운전자는 곤란에 빠지기 일쑤다. 심지어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운전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터다.
첨단산업의 산물, 자동차는 바삐 사는 현대인에게 편리하고도 효율적인 이동수단으로 없어서는 안 될 생필품이 되었다. 문명의 이기(利器)는 제대로 사용하면 실로 편리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문명의 이기' 자동차는 해마다 수많은 인명피해를 양산하는 치명적인 살상무기로 인식되기도 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따르기 마련이다.
차량으로 인한 사고는 뉴스의 단골 메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잘못된 운전매너로 발생되는 사고가 여전히 빈번하다. 깜빡이 등을 켜지 않는 것도 그중 하나다. 신호를 보내지 않아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운전매너에 대한 얘기가 어제ㆍ오늘의 것은 아니지만, 최근 일어난 참사들을 지켜보며 잘못된 운전매너가 새삼 도드라져 보인다. '빨리빨리' 근성이 몸에 배어서일까.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곡예운전도 문제이지만, 간단한 기기 작동을 무시하여 발생되는 사고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운전을 잘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최고의 운전술은 안전하게 하는 것이다.
앞의 운전자가 어떻게 방향을 설정하고 움직이는지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방향으로 진행할지 방향설정을 하고, 신호를 보내주면 주변의 차량도 그에 맞춰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 나를 지켜보며, 뒤따르고 있다는 사실은 본의건 아니건 지도자의 역할을 떠맡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방향설정을 하지 않은 채 제멋대로 운전한다면, 뒤따르는 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처럼 앞선 자의 부주의로 인한 폐해를 일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도자(leader), 지도력(leadership)이란 무엇인가? 직역하면 '앞서 이끄는 자'이고, '앞서 나아가는 배'다. 앞선 배를 움직이는 자가 곧 지도자인 것이다. 뒤따르는 자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리더십이다. 따르는 자들이 많아야만 지도자가 되는 건 아니다. 또한 특출한 능력과 빼어난 카리스마가 겸비되어야 지도력을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지도자, 지도력의 부재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즈음이다. 엄청난 참사가 벌어져도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여 우왕좌왕 혼란만 가중시키며 어수선하다. 사건이 발생하면 모두가 네 탓이오 아니면 그의 탓으로 돌리기만 할 뿐, 내 탓을 반성하는 이를 보기 어렵다. 사건의 책임에는 1인칭이 부재한다. 너 아니면 그의 책임만을 캐는 2,3인칭만이 활개친다. 책임을 묻기에 앞서 나의 책임과 의무에 충실했는지 진지한 반성이 따를 때, 또 다른 사건을 방지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누구나 운전대를 잡는 순간, 주변 차량의 지도자역할을 하는 셈이다. 운전자는 정확한 신호를 보내 다른 운전자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책무이다. 기본적인 책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 아닌가. 이처럼 일상에서 우리 모두가 지도자의 위치를 맡고 있음을 깨달을 때 뛰어난 지도자가 나오고 탁월한 지도력이 발휘된다는 믿음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를 전면적으로 개조해야한다고 이구동성이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불신감이 팽배한 이즈음,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임에 틀림없다. 되풀이해서 거론되는 참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해법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일사불란하게 작동되지 않는 재난방지 및 구조시스템의 혁신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깜빡이를 잊지 않고 작동하여 불시에 야기되는 사고를 예방하는 것에서부터 국가개조의 신호탄으로 삼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먼저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무를 다할 때 변화가 시작될 것을 확신하기에. 국가개조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 모두가 지도자임을 각성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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