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상의 나래도 잠시, 뜨거운 물을 붓는 뉴스가 눈길을 끈다. 충청인의 젖줄인 금강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가 그것이다. 이름도 생소하지만 생김 또한 오묘하다. 물컹물컹한 느낌에 축 늘어진 모습이 마치 괴생명체 같고 탁한 흙색은 강의 독을 다 품고 있는 듯 기분 나쁘다. 태영동물의 일종이라는 이 벌레는 개체가 군집해서 2m 넘는 거대한 몸집을 만들기도 한다. 보통 호수나 저수지 등 물 흐름이 없는 곳에서 살고 있는 동물인데 지금 강에서 대량 발견되고 있다. 유속이 없는 곳에서 사는 벌레가 강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강이라기보다 호수가 됐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환경은 큰빗이끼벌레같은 생명체들이 살기에 최적의 상태가 됐다는 것을 증명한다.
환경이 변한 이유로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을 지목하고 있다. 강을 파헤쳐서 모래를 퍼내고 보를 만들어 물 흐름을 조절해 홍수와 가뭄을 예방한다던 MB정부의 한국형 녹색 뉴딜사업이 금강뿐만 아니라 한강 낙동강 영산강까지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한 주 4대강서 전방위로 큰빗이끼벌레의 출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원래 강에도 있었고, 아주 심각하게 오염된 곳에서는 살지 못한다면서 강의 상태를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강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녹조가 점점 더 심해져 '녹조라떼'라 불리고 모래가 쌓여 있어야할 바닥은 끈적거리는 진흙 덮인 뻘이 됐다. 여기저기 악취가 나고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흘러흘러 바다로 간다던 강은 본능을 잊은 듯하다. 자신이 정상이 아님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처절한 몸부림을 외면했을 때 어떤 재앙이 닥쳐올까.
올해 우린 안일함과 부주의가 얼마나 큰 상처를 가져오는지를 세월호를 통해 겪었다. 손을 쓸 수 있는 마지막 순간에도 최선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 후폭풍은 가혹했다. 온 국민이 아이들을 잃은 죄인이 됐다. 막을 수 있는 참사였는데 막을 수 없었음에 자책했다. 그리고 한 마음으로 외쳤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미리 대비하자고.
지금 또한 그 때다. 외면했을 때 우리에게 그리고 후손에게 돌아올 대가가 두렵다.
김은주ㆍ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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