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계곡 끝을 돌아 오르는 구름들이 산 전체를 감싸 안고는 어느 누구의 접근도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산 정상까지 다녀오는 것을 아침 식전 일과로 삼는 이곳 수련생(스님)들을 따라 산을 오른다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거의 내달리는 수준이었다. 아니 축지법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평지를 달리는 것과 같이 아주 편한 자세로 산을 오르는 그들, 잠시 한눈이라도 팔라치면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진다.
결국 우리는 수련생들과의 동반 산행을 중도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골프 선수들의 체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들만의 독특하고 놀라운 수련방법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렇다.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들만의 체력 단련법이다. 골프 선수에게 꼭 필요한 집중력과 정신통일, 그리고 4 라운드를 소화할 수 있는 강한체력을 비축하는 방법 등이다. 그것 또한 알고 보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새벽 일찍이 일어나서 평범하게 매일 걷는 것이다. 그렇다! 매일 꾸준하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랑곳없이 반복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진리를 우리들은 합숙이니, 극기 훈련이니 등등 요란법석을 떨면서 정신무장과 체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좋은 음식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는 법, 기초적이고 평범한 습관 속에서 길러진 바탕이야 말로 오래오래 가는 것이고 부작용도 그 만큼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은 손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무언가를 갑자기 얻으려 하지 말고 차근차근, 차곡차곡 쌓아 갈 때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처방이 있다 해도 약을 먹지 않으면 그 처방은 무효하다. 아무리 좋은 훈련 방법이 있다 할지라도 따라하지 않으면 무소용이다.
나는 훌륭한 골프선수의 기본적인 요소는 올바른 정신자세와 체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반 아마추어도 마찬가지다.
골프란 자연과의 싸움이기 이전에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연을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생활습관의 순리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습장에서, 그리고 필드에서 매일 공을 치는 일에 몰두해 있는 자들의 기량이 아무리 특출하다 할지라도, 어느 순간 자신에게 닥치는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도량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면 그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이다.
골프란 한 골프장에서 백번을 쳐도 똑같은 위치에서 공을 치는 일은 거의 없는 것과 같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골프를 “골치 아프다” 로 간단하게 풀이 한다. 그러니까 기술적인 측면도 물론 비중을 두되, 심신단련과 자기수양 적 측면을 지향할 때 비로소 언제라도 부담 없는 친구로 다가와 줄 것이다.
물론 아마추어 골프도 마찬가지다. 다만 즐길 수 있으면 즐기는 방법으로 골프를 대해보자! 이것 또한 쉽지는 않겠지만 “암을 적으로 대하지 말고 친구처럼 대하라” 는 어느 명의의 말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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