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영업·부실자재… 비정상이 낳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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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영업·부실자재… 비정상이 낳은 비극

무자격 교관과 건축허가 서류변조까지 편법 난무 겉만 번지르르한 보상대책… 유가족 외로운 싸움중

  • 승인 2014-07-13 16:36
  • 신문게재 2014-07-14 1면
  • 윤희진ㆍ임병안 기자윤희진ㆍ임병안 기자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 1주기' 반복되는 폐단, 계속되는 학생 참혹사] - 1.총괄

2013년 7월 18일 태안 해병대캠프 익사 사고. 2014년 2월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모두 참사(慘事)다. 그리고 인재(人災)다. 9개월여 사이에 대한민국 청춘, 443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거나 다친 대재앙들이다. 원인은 하나같이 폐단(弊端) 때문이다. 공주대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2년 학생 5명이 희생된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 후 나라 전체가 함께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참사는 반복됐다.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각층이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더 큰 희생을 강요한 참사가 이어졌다.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보상 등 온갖 치유책이 쏟아졌지만, 유가족들의 피 끓는 고통은 멈추지 않고 있다. 불법과 탈ㆍ편법을 유발하는 제도, 쏟아내지만 지켜지지 않는 약속들. 폐단을 끊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 참혹사가 멈춘다. 본보는 오는 18일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반복되는 폐단으로 계속되는 학생 참혹사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 마련을 위한 총의(總意)를 모으기 위한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참사(慘事)는 모두 인재(人災)라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대형 인재는 대부분 폐단 때문에 발생한다. 곳곳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곪고 곪아서 터지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주사대부고 2학년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가 대표적이다. 일차적으로는 무자격 교관들의 객기가 몰고 온 사고지만, 더 큰 원인은 유스호스텔과 공주사대부고, 태안군과 태안해경 등에 잔존하는 폐단이 만들어낸 참사라 할 수 있다.

우선, 공주사대부고와 해병대 리더십 프로그램 계약을 맺은 유스호스텔은 영업정지까지 당했던 불량업체였다. 사고 발생 전인 4월과 5월에는 집단급식소 무단 변경을 이유로, 5월과 6월에는 정원초과로 모두 4차례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1~2월에는 수상레저안전법 위반으로 영업정지까지 당했다. 모두 태안군과 태안해경으로부터 받은 행정처분이지만, 별문제 없이 영업은 계속했다.

이중, 삼중계약도 문제다. 공주사대부고는 유스호스텔과 해병대 리더십 프로그램 계약을 맺었다. 유스호스텔로 허가받은 업체가 체험프로그램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공주사대부고와 계약을 체결한 유스호스텔은 K여행사와 다시 계약을 맺고, K여행사는 다시 캠프훈련 업체와 계약했다. 인명구조사 자격증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격도 없는 이들이 훈련교관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계약 구조의 폐단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일선 학교에서는 체험학습 프로그램 계약 과정에서 이러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서 신입생 환영회 행사를 하던 부산외국어대 학생 9명과 이벤트 업체 1명 등 10명이 사망하고 124명이 다친 사고도 마찬가지다. 리조트 측은 유례없이 많은 눈이 내렸음에도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고, 건축사는 설계과정에서 승인 없이 도면을 변경했고 감리과정에서는 부실자재가 사용되는 것을 방치했다. 원청업체는 부실자재 사용 감독 소홀했고, 공무원은 리조트와 용역업체와 공모해 건축허가 서류를 변조하는 등의 폐단이 드러났다.

경기 안산단원고 학생 등 모두 293명(실종 11명 제외)이 사망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청해진해운과 세월호 운행 승무원,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등 선박 관련 기관들, 해양경찰청 등이 빚어낸 참사라 할 수 있다.

원칙 없이 남발하는 유가족 대책도 폐단으로 꼽힌다. 해병대캠프 참사 유가족의 절반 이상은 아직도 약속받았던 보상 등의 대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과의 약속을 정부가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습에만 혈안이 돼 지키지 못할 약속을 쏟아냈던 폐단 때문에 유가족들은 아직도 고통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참사를 단일 사안으로 인식해 처리하고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병대 참사를 비롯해 그동안 터졌던 학생 참혹사들은 모두 따로따로 여기져 왔다. 그러다 보니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보상대책 등에 대한 기준이 모두 달라 논란을 야기해온 것도 사실이다.

해병대캠프 참사 당시 여러 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소식이 없다. 그러다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니까 관련 법안이 무려 30여개가 또다시 상정되는 등 단일 사안으로 접근하지 않고 개별적으로만 취급하려는 게 실정이다.

이후식 해병대캠프 참사 유가족 대표는 “태안 사고와 세월호 사고 등은 고질적이고 구조적 문제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참사라 할 수 있다”며 “관련법 제정이나 학생안전의 날 지정 등도 특정사고가 아닌 참사라는 단일 사안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희진ㆍ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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