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A대 B교수는 지난해 초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의원면직 처리됐지만 교육부에 소청심사를 제기했다. 소청심사 결과 B교수의 대학 강단 복귀는 좌절되는 등 대학 이미지를 크게 구겼다.
C대학에서도 비슷한 시기 교수 2명이 여제자를 강의실 등지에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가운데 한 교수는 징계 처분이 만료된 이후 강단에 복귀 물의를 빚은바 있다.
두 사건이 불거진 뒤 해당 대학과 지역 사회는 교수의 부적절한 처신에 따라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대학 교수의 올바른 윤리 의식 함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나아가 우리나라 사회의 지식인층이며 공인(公人)인 대학 교수의 윤리의식은 비단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안정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교수 사회는 김명수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 후보자 논문 표절 의혹은 물론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일부 교수의 비위 행각으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교수 사회의 신뢰 회복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며 구성원의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무엇보다 교수 개개인의 윤리의식 재무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논문작성 등 연구과정에서 도덕성을 지켜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교수가 올바른 윤리의식을 가지면 학위를 미끼로 제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정호 목원대 교수는 “제자를 자신의 수족이라는 상하관계로 여기지 말고 연구 과정의 협력자로 인정해야 하며 참스승과 참 제자로서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 활동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거나 타 교수의 부정행위를 목격해도 이를 묵인하고 지나치려 하는 그릇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실제 교수 신문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수 60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6%가 동료 교수의 논문표절 행위를 조용히 처리하거나 묵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수 사회의 '죄의식'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내부 자정활동과 함께 이를 투명하게 하기 제도적 장치 마련도 무너진 교수 사회의 신뢰회복을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 특정 교수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한국식 도제교육의 변화가 시급하다.
한 학생이 교수 2~3명에 동시에 논문지도를 받도록 하거나 권위적인 하향식 지도에서 탈피해 미국에서 보편화 돼 있는 교수-학생 간 자유로운 토론을 도입, 연구 활동 방향을 정하는 쇄신이 요구된다.
유병로 한밭대 교수는 “대학에서의 연구가 순수한 학문 탐구가 목적이 아니라 이력의 하나로 이용하기 위한 잘못된 생각 때문에 종종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다고 본다”며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점은 특정 교수가 모든 것을 독점적으로 갖는다는 것으로 이 부분을 시스템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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