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영 작가(한국어 이야기 저자) |
필자는 이 사건을 접하고 제일 먼저 근심이 되는 일이 있었다. '이제는 다문화가족이 총을 잡을 차례!' 라는 명제 앞에 눈 앞이 캄캄했다. 왜냐하면 지난 1990년대부터 외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들과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이 이제 20세에 접어들어 이들이 군대에 입대하여 총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포병대대나 미사일기지, 최전방 등에 근무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가 말하는 '다문화가정'은 통상적으로 사회 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는 두 사람이 국제결혼을 통해 형성된 가정을 말한다. '국제결혼 가정'은 국적이 서로 다른 사람끼리 결합된 가정이다. 이에 비하여 '다문화 가정'은 한 가정 내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결합이라는 문화적 요소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 시집온 여성 결혼 이주의 역사는 1980년대 한 종교 단체를 통한 일본 여성과의 국제결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어 1990년대 초 농촌과 도시 간의 경제상황 양극화로 인하여 농촌 노총각들이 속출하였고, 결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 노총각과 한국계 중국 처녀들과의 결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이와 더불어 1992년 한ㆍ중 국교 수립 이후 조선족들이 한국에 이주와 농촌 총각의 결혼 문제가 맞물려 국제결혼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1990년대 말 부터 조선족 이주결혼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후부터 필리핀, 태국, 몽골 여성의 등으로 확대되었고, 최근에는 베트남과 러시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여러 지역 여성들과의 결혼이 더욱 다변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가 2003년 7월 1일 한ㆍ중 양해 각서 폐지로 한국과 중국 어느 일방 국가에서 혼인 등기(신고)를 할 수 있도록 변경된 후 중국인과의 국제결혼이 더욱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2013년 말 안전행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20여만명이다. 다문화 관련 언론에서는 2014년 7월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156만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50년경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0만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결혼이민자는 15만여명으로 집계되어 0.3%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대전지방에도 3440명으로 0.2%다. 한국의 남성과 외국인 국제결혼의 증가는 다문화 가정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 안에서 출생한 다문화 가정의 자녀 수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의 작은나라 대한민국이 이제는 다문화가족이 모여드는 세계 중심의 국가로 거듭나는 21세기 다문화 중심국가로 만들어가고 있는 좋은 현상 앞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현재 필자는 다문화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몇 년 전 부터 다문화가족 소재의 장편소설 '코시안(Kosian, Korean+Asian. 한국에 거주하는 아시안계 다문화가족)'을 집필하고 있다. 그리고 오래 전 부터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관련 책자를 몇 권 발행하고, 현재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필자가 염려하는 일은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가족이나 학교 주변으로 결코 좋은 대접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가정의 자녀들과 놀아주지도 않고 숙제도 서로 빌려주지 않을 뿐 더러 '튀기', '시커먼스', '베트남 깜근이 엄마 아들'이라는 차별 왕따와 천대속에서 늘 가슴에 응어리를 안고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멸시를 당하는 엄마를 지켜보고, 학교와 주변으로부터 한국인이 아닌 이색인종이라는 가슴 응어리를 안고 자란 이들이 군대에 가서 겨누는 총구의 방향은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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