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는 대학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한다. 이들은 같은 교원이라 할지라도 고등교육을 한다는 점에서 초중고 교사보다 사회적으로 높은 존경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제자들의 학위, 학점, 취업 등을 쥐락펴락하는 교수는 대학에서 권력도 막강하다. 김명수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교수 시절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지역대학 안팎에서도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일부 교수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보는 세 차례에 걸쳐 교수 사회의 현주소를 진단, 바람직한 대학 교육 문화 형성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교수는 대학에서 '절대 권력' 그 자체다. 학생들의 학점과 학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바로 교수다. 나아가 교수의 한 마디에 취업이 결정되기도 하며 반대로 취업 문턱에서 미끄러질 수도 있다. 말 그대로 교수는 대학 사회에서 '슈퍼 갑'인 셈이다. 교수가 이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된 이유는 한국식 도제식교육(徒弟式敎育) 문제점에서 찾을 수 있다.
도제식교육은 스승 밑에 학생들이 이른바 문하생(門下生) 식으로 들어가 수학(修學) 하는 것을 가리킨다. 학과별 차이는 있지만 석ㆍ박사 과정에선 교수 1인당 2~3명의 제자를 도맡아 지도한다. 워낙 작은 틀에서 움직이다 보니 학생들은 자신의 목표인 학위를 받으려면 사사건건 교수 입맛을 맞춰야만 한다.
자유로운 토론에 의해 교육이 진행되기보다는 교수가 설정한 연구방향에 학생들이 전적으로 따라야만 한다. 상하주종적인 관계 형성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때론 교수의 부당한 요구에 학생들이 시달리기도 하며 잘못된 관행을 발견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기 일쑤다. 지역 모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딴 A씨는 얼마 전 소스라치게 놀랐다. 학회 논문 검색을 하던 중 자신의 박사 논문이 대학 재학시절 모 교수의 정부기관 성과물로 둔갑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해당 교수가 쓴 논문은 연구 과정과 결론 등 대부분 내용이 자신의 것과 거의 일치했다. 더구나 해당 교수가 자신에게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이를 진행 배신감마저 들었다.
A씨는 “박사 학위를 받으려 1년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논문에만 매달려 왔는데 해당 교수는 손 안 대고 코를 푼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문제를 제기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동안 인간관계를 생각해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고 교수 논문표절로 상처받은 심경을 털어놨다.
대전 모 사립대에서 이공계 박사과정을 밟는 B씨는 공휴일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는 지도 교수 호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구와 관련된 일로 자신을 찾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종종 '대리운전', '술 상무' 등을 요구할 때도 있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 B씨의 하소연이다.
B씨는 “주말 가족과 교외로 나들이를 갔는데 지도 교수가 갑자기 공항에 가서 자신의 손님을 데려오라고 했다”며 “이 때문에 모처럼 만의 가족 나들이가 엉망진창이 됐다”고 불평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교수는 박사 학위를 따려면 SCI급 학회지에 논문을 특정편수 이상 게재해야 한다며 자신을 공동 저자로 올려 '연구 실적'을 챙기려 하기도 한다.
학위 논문 심사철에 지인과의 골프회동에 제자를 불러 그린피를 대신 내도록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교수도 있다는 후문이다. '슈퍼 갑' 눈치를 봐야하는 '을' 처지인 학생 입장에선 이같은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가 않다. 제자 논문 가로채기, 기고문 대필 의혹 등이 불거진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일부 교수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종종 일탈행동을 벌이기도 한다. 얼마 전 지역 국립대 등에서 발생한 제자 성추행 사건 등이 보기 좋은 예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일부 교수의 횡포는 자신도 예전에 똑같은 방식으로 해서 학위를 땄으니 제자들에게도 같이 해야 한다는 일종의 보상심리에서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교수와 제자를 더는 상하 관계로 여기지 않고 협력관계 또는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