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나라=강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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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부터 클린&그린정책 도입… 길거리 쓰레기ㆍ침뱉기 등 벌금부과 '도심 나무심기' 국민 삶의 질 높여… 전세계 알려지며 해외투자 잇따라

  • 승인 2014-07-09 14:13
  • 신문게재 2014-07-10 9면
  • 정성직 기자정성직 기자
[내포신도시에 '힐링'을 입히자]②싱가포르의 가든시티 정책

▲ 녹지와 나무가 가득한 싱가포르 도심 전경.
▲ 녹지와 나무가 가득한 싱가포르 도심 전경.
그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기 좋은 도시'는 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빼곡하고 주거지 주변으로 편의시설이 갖춰진 도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기 좋은 곳이라 생각했던 도시들은 '살기 편한 도시'는 될 수 있을 지 몰라도 살기 좋은 도시와는 거리가 있다.

세계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를 떠올려 보면 여유로워 보이는 시민들, 특색 있는 건물, 삭막한 빌딩숲이 아닌 자연과 어우러진 녹색 도시가 떠오른다. 싱가포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녹색 도시가 된 시발점은 말레이시아 연방에 편입돼 있다가 완전 분리 독립한 1965년 8월 9일부터다.

싱가포르는 독립 이후 리콴유 총리의 지시 아래 클린&그린(Clean&Green) 정책을 도입하고 도시환경 조성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함과 동시에 길거리에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리면 가차없이 벌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정책을 펼쳤다. 이는 당시 전 세계가 경제발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였으나, 싱가포르 정부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면 해외 투자자들이 몰려와 자본유치가 쉬워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가든시티 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싱가포르 정부의 확고한 녹색정책 의지는 싱가포르를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녹색 도시'로 만들었고, 사람과 돈이 모이는 비즈니스, 금융 중심도시로 만들었다.

충남도청이 이전한 내포신도시는 자연과 어우러진 녹색도시로 개발될 예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싱가포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든시티 정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의 가든시티 정책=싱가포르는 1970년대부터 곳곳에 본격적으로 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했으며, 남는 땅엔 무조건 나무를 심었다. 이 때도 아무 나무나 막 심은 것은 아니라 크고 굵은 나무를 많이 심었고, 계획 없이 그저 나무만 심는 조경이 아닌 주변 건물이나 거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등 녹색도시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모든 나라가 경제발전에 주력할 때 도시환경 조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싱가포르의 가든시티 정책은 모두의 우려와 달리 대성공이었다.

수십년간 노력한 결과, 사람들의 눈길이 닿는 곳 마다 녹지와 나무가 자리를 잡았고 깨끗한 거리는 국민들의 삶의 질까지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이 때부터 싱가포르라는 나라가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부터는 30년 전 정부의 판단처럼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가 잇따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 대만,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네마리 용'이라고 불렸던 싱가포르는 가든시티 정책으로 어느덧 혼자만 승천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든시티 정책의 또 다른 효과=싱가포르의 기후는 전형적인 열대기후로 무더운 날씨가 연중 지속된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도심을 걷다보면 다른 열대기후 나라와 달리 짜증나고 답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유는 인도를 걷는 동안 나무 그늘이 햇빛을 차단해 주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가로수는 레인트리(Rain tree)로 크고 울창한 가로수가 거의 모든 인도에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어 보행자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또 싱가포르의 인도는 사람 2명이 교차해서 다닐 정도의 공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공간에는 가로수와 조경수 등을 심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인도를 걷는 것 자체가 공원을 산책하는 느낌을 들게 한다.

싱가포르는 단지 가로수가 많아서 전세계가 인정하는 녹색도시가 된 것은 아니다. 가로수와 함께 도시 곳곳에 위치한 소규모 공원은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공원이라 할 지라도 햇빛을 가려주는 울창한 나무와 앉아서 쉴 수 있는 잔디밭 등을 갖추고 있으며, 정부는 이러한 소규모 공원을 국민들이 집에서 나와 5분만 걸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아파트 단지 내에도 충분한 녹지공간을 확보하도록 해 아파트 단지 자체가 하나의 공원처럼 조성돼 있는 등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따로 공원을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다.

▲현재도 진행 중인 가든시티 정책=싱가포르는 지역을 개발할 때 아파트나 빌딩을 먼저 짓지 않고 공원이나 녹지 등 자연환경을 먼저 조성하고 건물을 짓는다. 이 같은 개발 방식은 인간이 생활하는데 조금이라도 편리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기존의 방식보다 개발하는데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삶의 질을 높여주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민들이 보행자를 위한 인도가 가로수와 조경수 때문에 좁아진 것에 대해 불평보다는 오히려 쾌적하고 여유롭게 목적지까지 걸어갈 수 있는 부분이 더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싱가포르 정부는 1971년부터 10년 단위의 도시계획을 미리 세워 토지를 어떻게 이용할 지 계획하는 마스터플랜을 짜고 5년 마다 이를 점검하는 식으로 개발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부 방침은 매년 몰라보게 달라지는 현재의 싱가포르를 있게 했다.

싱가포르=정성직 기자 noa7908@

※본 기획취재는 충남도의 '지역언론지원사업' 기금을 지원받아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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