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경 당진 합덕중 교사 |
내가 처음 교사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그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한 선생님의 모습에서 열정을 보며 '나도 저런 멋진 선생님이 되어 내가 그 선생님을 통해 본 희망처럼 내 아이들에게도 그 희망을 전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그 때에는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사범대에 진학을 했고, 좋아하는 미술을 하며 미술 교사를 꿈꾸었다. 힘들다는 임용시험을 운 좋게 통과하고, 첫 부임지에 와서 인사를 하던 그 때, 긴장되고 어설펐던 내 모습은 지금도 변한 것이라곤 없는 것 같다. 어설픔과 친근함이 매력인 초보 선생에게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다가오고, 말하지 않아도 처음인 것이 보이는지 장난도 많이 치는 아이들과 섞여 지내다보니 벌써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다.
4개월 동안 나는 사실 많은 혼란에 빠졌었다. 아이들과의 관계, 수업, 업무 모든 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고, 너무 서툴렀고, 내가 하는 일이 혹여 학교와 학생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적응이 필요했고 많은 것을 배워 나가야했다. 특히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내 눈에는 아직 어리고 귀엽기만한 아이들인데. 그 아이들 하나하나의 생각이 다르고 느낌이 달랐다. 조회와 종례를 할 때에도, 아이들은 잘 따라주는 듯 하면서도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남자아이들이라 그런지 젊은 여선생님의 손에 쉽게 잡히지 않았다.
아이들과 섞여있으면 즐겁다가도 통제가 되지 않는 것을 느끼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교사에 대한 나만의 철학과 그 기준을 세우지 못해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깜빡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였다. 아마 우리 아이들은 나에게서 선생님의 모습보다 친구 같은 모습을 본 것 같다.
'사춘기'라는 민감한 시기를 지나는 아이들에게 교사로서 내가 과연 어떤 말과 어떤 행동으로 그 아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항상 고민을 한다. 신규 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아이들과의 관계. 아슬아슬하게 교사와 학생사이를 오가면서 '아, 이 땐 이렇게 해줬어야 하는데' 하며 수많은 고민을 한다. 신규 교사에게 경험보다 값진 약은 없다.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며 부딪혀봐야 한다. 내 방식대로 아이들과 친하게도 지내보고 혼도 내보고, 후회도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값진 경험을 얻고 있다.
짧았던 4개월. 내가 과연 앞으로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할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아이들을 대할 때에는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많은 고민이 된다. 내가 꿈꾸는 교사상은 '아이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교사'다.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기다리며 선생님으로서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선생님' 하며 부르는 그 명랑한 목소리와 초롱초롱한 눈빛. 나는 교사가 행복한 직업임을 깨달았다. 미숙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것이 신규 교사의 장점이듯이 나태해지지 말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아이들을 더 사랑하고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먼저 볼 수 있도록 그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디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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