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이나 삼베, 헝겊 등으로 꼬아서 만든 실을 우리말로는 “노”라고 했으며, 짧은 실을 “노끈”이라 하였다. 지승의 순수한 우리말은 “노로 엮은 것”이라는 뜻으로 “노엮개”라 하였다. 우리 선조들은 요즘 같으면 쓸모없다고 버리는 것들도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솜씨를 발휘하여 생활용품을 만들어 냈는데, 어떤 것들은 예술성까지도 지니고 있어 역사적인 문화유산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못 쓰는 닥종이를 꼬고 엮어서 만든 생활용품에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고급 짚신인 미투리로부터 상자, 소반, 호리병까지 못 만들어 내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닥종이로 꼬아 엮어서 만든 생활용품 위에 옻칠이나 기름칠을 하면 더욱 견고하고 오래 쓸 수 있었다. 솜씨가 더 좋은 분들은 엮을 때 닥종이 실인 “노”에 여러 가지 염색을 하여 화문석처럼 문양이나 글씨를 아로새겨 넣기도 하였다.
짚이나 풀로 짚신이나 방석, 자리, 멍석 등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짜던 기술을 활용하여 닥종이 실인 “노”를 활용하여 짚풀에 못지않은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만들었는데, 짚풀로 만든 생활용품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다. 왜냐하면 당시로서는 닥종이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즈음 종이를 활용하여 생활용품을 만들어 쓰기도 했는데, 시멘트나 비료 포대 종이가 다른 종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질기고 구하기가 쉬워서 포대종이를 물에 불리고 나서 쌀이나 밀가루로 풀을 쑤어 섞고 반죽하여 다른 그릇에 평탄하게 이겨 붙여 말리면 훌륭한 종이그릇이 되었다. 그 위에 다시 장판지를 붙이고 콩댐을 하면 오래 쓸 수 있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문화유산이 되었다. 이렇듯 우리 선조들은 주변에서 쓸모없이 버려지는 것들도 잘 활용하여 슬기롭게 예술로 승화시키는 솜씨가 몸에 배어 있었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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