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 |
이후 당선인 인수위원회인 시민경청위원회는 도시철도 통합위원회를 구성해 올 연말까지 우선 트램을 전제로 하면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결론을 도출키로 했다. 도시철도 2호선과 관련해 권선택 시장이 후보시절 트램방식을 도입하는 일명 '하나로'건설을 중점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인데 2002년 시작된 도시철도 2호선이 10여년만인 민선 5기 우여곡절 끝에 결정됐지만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또다시 술렁임속으로 빠져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알다시피 도시철도 2호선은 2012년 11월 고가방식 자기부상열차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어렵사리 통과했다. 그러나 여전히 도시철도 2호선이 지하철로 잘못 아는 시민들이 많은 데다 한쪽에서는 트램을 대안으로 주장하는 의견이 있어 무려 15개월에 걸쳐 시민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리고 결론을 도출했다. 바로 고가방식 자기부상열차다.
물론 공론화 과정에서 대전시는 지하철로 건설할 수 없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고가와 노면방식의 특징과 장단점을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렸다. 틈틈이 트램과 고가방식의 현장방문을 하면서 건설방식에 대한 시민선호도를 조사했다. 4000명이 넘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2.6%가 고가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0명이 다녀온 현장조사에서는 86%가 고가방식이 좋다는 답을 내놓았다.
시민들의 의견은 이미 나왔다. 그런데 또 시민들의 여론을 들어보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앞서 나온 시민들의 의견은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입맛에 맞게 짜인 여론이라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인지 알 바가 없다.
권선택 시장은 취임후 가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및 기종 선정과 관련해 너무 시간을 끌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권 시장은 “도시철도는 대중교통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선 6기 불거진 도시철도 2호선과 관련해 “이르면 10월중 늦어도 12월까지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15개월에 걸친 시민들의 여론과 전문가집단의 의견, 그리고 수십 차례의 현장방문을 통해 도출해낸 건설방식이 3개월여만에 나오는 결과와는 어떤 차이를 보일지 걱정이 앞선다. 불과 3개월여만에 트램방식으로 시민선호도가 좋게 나온다면 과연 이를 믿어야 할지 또 다른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말이 나온 김에 왜 트램인지 묻고 싶다. 많은 사람은 노면전차를 유럽 각국의 도시에서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다. 어떤 도시의 트램은 관광용으로 인기가 엄청나다. 트램방식을 선호하는 일부 집단에서는 그래서 유럽의 트램을 벤치마킹하려고 자주 찾는다. 하지만 유럽의 트램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세와 근대, 현대가 어우러지는 도심에서 대중교통 수단으로 트램이외의 방식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곳곳이 세계적인 문화재 도시에서 섣불리 지하철을 건설하기에는 엄청난 무리수가 따른다. 또 고가방식은 어떤가. 중세와 근대건축물을 어떻게 고가로 가로지를 것인지 고민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지상굴절버스 아니면 트램방식이 최적의 방식인 셈이다. 이런 사실들을 뒤로하고 마치 트램이 대세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끝으로 권선택 시장이 공약한 도시철도 2호선 즉, 트램방식의 '하나로'건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다. 시민경청위원회에서 예타면제를 들고 나왔는데 예타면제는 노선도의 변화가 없어야 조건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로는 일정부분 노선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충청권 광역철도망과 연계하는 트램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한 번의 예타가 아닌 자칫 구간별 예타를 통과해야 할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15개월간 수렴한 시민여론을 바탕으로 결정한 건설방식을 새삼 3개월여 동안 여론을 수렴해 변경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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