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가정법원 가사2단독(판사 문주희)은 A(46·여)씨가 아들의 성(姓)과 본(本)을 변경해달라며 제기한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남편과 이혼한 2005년 후부터 아들(19)의 친권과 양육을 맡아왔다. 이혼 후 남편은 양육비는 지급했지만, 아들과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사실상 아버지와의 관계가 단절되자, A씨가 2013년 아들의 성본을 자신의 성본으로 바꿔달라는 허가를 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친부는 성본변경을 반대했다. 법원도 A씨의 청구를 불허했다. 아들이 현재의 성본을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별다른 생활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부부 갈등으로 이혼하고 그 과정에 쌍방의 감정 대립이 극심했더라도 이를 아들에게까지 투영시켜 부자 관계의 복원 가능성마저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천륜에도 반할 뿐 아니라 아들의 인성형성을 위해서도 올바르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문주희 판사는 “부부갈등과 이혼을 배경으로 부자 관계까지 단절하려는 의도와 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아버지와의 관계를 영원히 단절시키는 게 아들의 복리에 부합한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현행 민법 제781조 6항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원 허가를 받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성·본 변경이 필요한지'와 관련해서는 '자녀의 나이와 성숙도를 감안해 성·본 변경이 이뤄지지 않으면 편견이나 오해 등으로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겪게 될 불이익의 정도와 성·본 변경시 초래되는 친아버지 등과의 유대관계 단절 및 부양 중단 등 불이익 정도를 비교해 자녀의 행복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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