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석 한국폴리텍Ⅳ대학장 |
한때 세계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고, 풍요와 번영의 상징이었던 미국의 디트로이트는 지난해 7월에 파산했다.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외국으로, 앨라배마로 옮기면서 세수가 줄고 재정이 바닥나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구 180만 명에 달했던 도시가 70만 명 남짓한 도시로 몰락한 것이다.
철강도시 피츠버그도 마찬가지다. 1910년대 미국의 8대 도시였고 한창이던 때에 인구가 70만 명이었던 피츠버그는 일본과 한국의 철강 산업 추격에 밀려 도시 쇠퇴의 길을 걸었었다. 그러자 지방정부와 대학이 팔을 걷어붙이고 대안을 찾아 나선 결과 의료와 헬스케어, 로봇공학과 같은 하이테크 산업, 금융 등으로 부활하였다. 인터넷 기업으로 출발한 구글도 피츠버그로 본사를 옮겼다. 도시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친 결과 피츠버그는 전성기 시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30만 명을 넘을 수 있었다.
미국의 산업은 이른바 동부의 녹슨 철강지대(rust belt)에서 기후가 좋고 임금도 싸며 넓은 토지에 세제혜택을 가진 남부의 선 벨트(sun belt)로 이동했다. 한 때 목화재배지였던 이곳이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신흥 산업지대로 주목받게 되었고, 보수당의 새로운 탄생지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도시가 주력산업을 잃거나 도시 인프라가 노후화될 경우 지속 성장이 방해받고 실업과 쇠퇴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광역도시 대전도 마찬가지다. 대전시는 최근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활력 넘치는 산업도시는 아니다. 1989년 광역도시로 승격하여 인구 153만명을 자랑하지만, 관세청 등 8개 청단위 정부기관이 입주해 있는데다 국토의 중간이라는 지리적인 이점으로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대전 시내 도시 간 균형발전의 문제, 도심 재생사업과 원도심 활성화 등 난제들이 많지만 막대한 재정투입 때문에 중앙정부 또는 공기업의 협력 없이 대전시 자체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뿐만 아니라 세종시가 커질수록 대전시의 역할이 위축되지 않도록 동반성장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충남의 천안과 아산, 당진은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면적이 서울시의 1.6배나 될 만큼 커진 통합 청주시가 탄생했다. 머지않아 인구 100만의 자족도시를 위해 달려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의 인구가 최근 몇만 명이 늘었다고 마냥 좋아해선 안 된다. 대전의 사업체 수는 10만 개를 갓 넘었다. 주변의 충남북과 전남북에도 미치지 못한다. 도세가 약하다고 인식되어 왔던 충북은 11만개를 넘었고 전북은 13.5만 개에 달한다. 빈약한 산업단지에 최근 몇 년간 국책사업에서의 탈락은 예삿일이 아니다. 청년실업이 높은 곳이 대전이다. 대학은 많지만 졸업하고 나서 일할 곳이 대전에는 취약하다. 서비스 중심의 지역산업,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때문에 대전의 비정규직 수도 많다. 30대 여성들의 고용상황도 좋지 않다. 한마디로 '고실업, 저고용'상태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공공기관의 이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도시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다. 도시는 그 속에 정치, 경제, 문화를 담고 있으며 우리의 삶이 스며 있는 장소이다. 경제성장과정에서 우리는 도시성장을 산업화와 동일시했지만, 도시는 이제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민을 위한 나름대로의 자립경제와 정체성을 가져야만 생존할 수 있다. 남을 위해 생산하던 도시는 외부에서 들어오던 노동자들이 떠나자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자신들을 위해 생산하고 일하는 자립적인 경제기반이 없다면 도시는 활성화되지 못한다. 더구나 각자의 도시가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다. 대전이 광역경제권 구상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주에 전국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새로 시작되었다. 새로운 수장들의 취임을 축하하며 명멸해간 세계도시의 사례를 보면서 대전의 단체장들이 힘찬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나갈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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