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민선 5기 한 대전 자치구의회의 상당수 의원은 대전시에 교부금을 별도로 내려달라는 건의안을 채택해 시에 요구했다. 시가 적정하게 자치구에 교부금을 내려 보내지 않아 구 재정이 어려워졌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같은 건의안은 그대로 사장됐다. 안행부에서 내려받은 교부금중 특정금액을 한 자치구에만 추가로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해당 자치구에서도 특정 명분으로 교부금을 별도로 받아내기는 관련법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구의원들만 불가능한 재정 지원 요구를 건의안으로 채택하면서 의정활동 실적만 채워나간 셈이다.
또 일부 자치구 의원은 자신의 선거구 지역에서 교통시설 확충에 따른 교통량 증가와 소음증가에 대해 방음벽 설치 및 안전시설 설비에 대한 건의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별도의 질의시간이 있지만 합리적인 건의안 여부에 대해 질의를 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역시 시에서는 건의안만 확인했을 뿐 별도 조치를 취하기에는 시행정상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의회 임시회의에 참석한 자치구 한 직원은 “구의원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민원을 그대로 건의안으로 채택하고 서로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다들 자신이 발의한 건의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암묵적으로 다른 건의안을 찬성해주는 것이 이미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의원들의 건의안 채택 관행으로 실제 필요한 시ㆍ구정 감시와 지역민들의 요구안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지역민들은 민선 6기를 맞아 지난 관행에서 벗어나 자치구의원들의 새로운 각오를 요구하고 있다.
서구의 한 주민대표는 “상임위원장 선출 등 구의회가 새롭게 시작하는 단계인데 무조건식 건의안 채택 등 의정 활동의 실적만 채우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주길 바란다”며 “구청장에 대한 적절한 견제를 통해 균형적인 지역 발전에 힘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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