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시대 열리며 대전의 요지에서 '빈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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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시대 열리며 대전의 요지에서 '빈 집으로'

인구ㆍ땅값 해마다 감소… 건물ㆍ시설 노후도 '한몫' 충남도청 부지 활용 매번 '고배'… 특별법도 제자리

  • 승인 2014-07-06 14:25
  • 신문게재 2014-07-07 1면
  • 이영록 기자이영록 기자
[대전 역사의 출발점, 침체된 원도심 살릴 방안은] 1. 1990년대 중반부터 원도심 공동화 가속

대전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중 하나로 원도심 활성화를 꼽을 수 있다. 신도시 개발에 따른 인구이동이 원도심 공동화 현상의 시발점이지만 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원도심은 한 때 공공기관과 상권이 밀집해 부흥기를 누렸지만 이들 중추기관이 앞다퉈 이전하고,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자연스레 쇠락, 어둠이 찾아오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20여년 전부터 시작된 공동화된 원도심을 살리기 위해 선거 때마다 이와 관련한 공약이 쏟아졌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에서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만큼 대전 역시 둔산, 노은 등 신도심에 맞춰 옛 원도심을 거듭나게 하는 계기를 찾아야 한다. 사람이 모이고, 자연스레 상권이 되살아나면 원도심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화된 원도심 문제와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대전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대전 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둔산 개발이 이뤄지면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행정기관들이 앞다퉈 둔산으로 이전하면서 원도심 공동화는 쓰나미처럼 몰아닥친 것이다.

그나마 남아 있던 충남도청과 충남경찰청마저 내포 신도시로 이전함에 따라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원도심 인구는 1992년 60만4000여명에서 지난해 말 51만6000여명으로 줄었다. 땅값도 1998년을 정점으로 해마다 평균 3% 가량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전시민대학과 대전발전연구원 등 5개 기관이 임시방편으로 들어서 미흡하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형편이다.

원도심은 한국전쟁 이후 개발기를 거치면서 동구와 중구, 대전역부터 옛 충남도청에 이르기까지 한 때 도시의 중추기관들이 밀집해 대전 요지로 꼽혔다.

하지만 지금은 주요 시설물이 노후화됐고,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공동화 현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시와 자치구는 각종 정책을 추진하며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허비되는 예산 또한 적지 않다. 원도심 활성화 문제는 선거 때마다 이슈로 부각됐다. 그만큼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옛 충남도청사 부지 활용 문제는 2007년 12월 대선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7대 지역공약사업으로 충남도청을 활용한 국립 근현대사 박물관 건립을 약속했고, 시는 이를 바탕으로 국립박물관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공약은 1년도 지나지 않아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민선 4기 시절인 2009년 1월 박성효 시장은 당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을 면담하고 '퐁피두센터' 등 복합문화공간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면서 지원 약속을 받았다. 시는 이를 토대로 2009년 2월 '충남도청을 활용한 국립박물관 등 복합문화공간 조성 기본연구 학술용역'을 추진했지만 민선 5기로 넘어오면서 충남도청사 활용방안은 또 다시 변경됐다.

민선 5기 염홍철 시장은 '한밭문화예술 복합단지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큰 틀에서 원도심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2007년부터 충남도청사 활용방안이 추진됐지만 가장 중요한 도청이전특별법 개정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민선 5기의 경우 대전문학관 개관, 대전전통나래관 개관, 테미창작예술센터 개관, 대전문화예술센터 및 대전예술가의 집(2014년 11월 예정) 등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원도심 활성화 추진해 왔다. 또 2012년에는 11억원을 들여 문화예술의 거리를 조성했고, 지난해 8월에는 으능정이거리에 대전스카이로드를 준공하는 등 지역별 특성을 담은 도시균형발전에 투자해 왔다.

하지만 지역 상인이나 주민들은 정작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정책에 따른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람이 모이고,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등 경제적 활력소 역할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옛 충남도청사 앞에서 3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10년 전부터 시와 자치구에서 여러 대책을 추진하며 원도심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 투자에 비해 실질적인 효과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원도심 활성화라는 대책보다는 대전개발정책의 초점을 원도심을 맞춰 큰 틀에서 중장기적 시책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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