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송경호)는 3일 폭행과 협박, 성폭력특례법(친족관계ㆍ13세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48)씨에 대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부인이 가출한 후 4명의 딸과 생활해온 이씨는 2010년 내지 2011년 집에서 둘째딸(당시 12세)이 집안 청소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흉기를 들이대며 '손을 잘라 버린다'며 협박한 혐의다. 2012년 가을에는 같은 이유로 목을 조르고 책과 옷걸이를 집어던졌고, 이를 피해 마을회관으로 도망가자 쫓아가 폭행한 혐의도 있다. 또 이씨는 2011년 가을 집안에 누워있는 셋째딸(당시 10세)이 '하지 마라'고 거부했음에도 속옷에 손을 넣어 만지는 등 강제추행했고, 지적장애 2급 수준인 넷째딸(당시 8세)까지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지적 장애 2급 수준인 넷째딸의 진술이 단편적이지만 핵심적인 내용에 있어 일관성이 있고 누군가 주입했다고 보기 어려운 생생한 감정반응이 드러나 있다”며 “전체적인 태도 등을 봤을 때 그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고 따라서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검찰의 공소장은 이렇지 않았다.
협박 혐의에 대해 협박 횟수는 '5차례'로 명시했다가 이후 '한 차례'로 특정했다. 폭행에 대해선, '2010년 월일불상경부터 여러 차례 걸쳐 폭행했다'고 했지만 변경된 공소장에는 '2012년 가을 월일불상경 폭행했다'고 명시했다. 셋째와 넷째딸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도 기존 공소장에는 '2011년 가을 월일불상 수회에 걸쳐 강제추행했다'고 했지만, 변경된 공소장에는 '수회에 걸쳐'를 삭제했다. 다시 말해, 범죄입증을 위해 협박과 폭행, 강제추행 등 이씨의 범행 장소와 횟수 등을 특정해 공소장을 변경한 것이다.
변경 시기는 지난달 17일이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전국장애인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 등 187개 단체가 “지적장애인 성폭력 가해자 연이은 무죄 판결로 피해자와 그 가족의 삶과 인권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며 기자회견(6월 25일)을 열기 전이다.
당시 장애인ㆍ여성단체는 “친부에 의한 지적장애아동 성추행 사건에서 재판부가 범행 일시, 장소 특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지적장애 특성을 무시해 결국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공소장에 기재된 일시에 피해자가 그 장소에 있었음이 증명되지 않거나, 피해자가 진술한 여러 피해 일시 중 공소사실에 있는 특정 일시에 범행이 있었음이 불분명한 경우 등에서는 검사의 공소장변경이 없는 한 유죄판단을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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