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구분하자면 설 교육감은 충청권 유일의 보수 성향 교육감이다. 혁신학교를 확대한다는 진보교육감들의 비교적 일관된 계획과 '대전형'의 실체는 어떻게 다를지가 우선 궁금해진다. '미래창의학교' 형태를 띨 거라는 인수위원회 설명을 반추해도 윤곽은 아직 감지할 수 없다.
물론 혁신학교를 바라보는 시선과 속도감에서 핵심공약으로 공언한 교육감들과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보다 문제는 제도 자체의 불완전성에 있다. 대전 동ㆍ서부, 특목고와 일반고 등 기존 교육격차를 더 벌린다는 우려도 그것이다. 기본적인 지역사회의 동의 없이는 어렵다고 본다.
구체화 단계에서 중요한 건 방향성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근처 학교를 대상으로 할 때 과학영재 중심의 특수목적고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원래 취지라면 원도심이나 대덕구 등 교육력이 약한 지역에서 해야 더 맞다. 예산만 높고 학업성취도와 향상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현행 혁신학교의 문제점은 덮고라도 말이다.
전체적으로 낙후 학교를 살린다는 당초 좌표에 맞는지는 정말 의문이다. 혁신학교의 교육 만족도가 중학교(49.8%), 고등학교(39.4%)로 갈수록 하락한다는 조사가 있다. 혁신학교 발상지인 경기도의 경우, 이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한다. 지역 한 단체장은 혁신학교를 하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행보는 빨리 하되 전국 578곳의 혁신학교 운영 실태를 충분히 참고하면서 해야 할 듯하다.
다만 대전형, 세종형, 충남형, 충북형 등 미래형 교육과정 모델에 집착하다 교육실험으로 끝나거나 일반고 중심의 공교육 체계 구축과도 상충되지 않아야 한다. 대전형 혁신학교가 그저 진보교육의 포즈를 취하는 카드여서는 더욱 안 된다. 운영 플랜을 짜기도 전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완성도 높은 혁신학교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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