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부터 40여개 '산성의 도시'

  • 시민기자
  • 문화유산 속으로 한걸음 더

삼국시대부터 40여개 '산성의 도시'

백제시대 전략 요충지 '주목'… 계족산성 가장 큰 규모 “지역과 나라 지켰던 산성의 의미 기억하고 보존해야”

  • 승인 2014-07-03 13:37
  • 신문게재 2014-07-04 10면
  • 정명자 시민기자정명자 시민기자
●[문화유산 속으로 한걸음 더]2. 대전의 산성문화

▲ 계족산성남문
▲ 계족산성남문











대전은 여러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지형이며 도심 가운데로 갑천, 대전천, 유등천이 흐르는 살기 좋은 곳이다. '대전'이란 지명은 넓은 들 '한밭'을 한자화한 것이다.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산의 정상에는 새의 둥지 같은 산성들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수가 40여개에 이른다. 지역 내 이처럼 많은 산성을 가진 도시는 전국에서 대전이 유일하다.

그래서 대전을 이르는 또 다른 이름이 '산성의 도시'이다. 그렇다면 대전의 산성은 언제, 누가 무엇 때문에 쌓았을까?

기록에 의하면 삼국시대 이전 대전지역은 '신흔국'이라 불리는 마한의 54개 소국 중 하나였다. 4세기 백제 근초고왕에 의해 한반도 남쪽의 마한지역이 백제땅으로 흡수됐고, '신흔국'도 이 시기 백제에 흡수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백제의 영토였지만 수도 한성과 거리를 두고 있던 대전지역은 주목받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475년 고구려의 장수왕이 남진정책을 위해 백제의 한성을 공략했다. 고구려의 침입으로 개로왕이 사망하고 한성을 빼앗긴 백제는 서둘러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도읍을 옮겼다. 웅진은 차령산맥의 남쪽에 위치해 북쪽의 고구려를 방어하기에 좋은 곳이며, 금강이 자연 해자의 역할을 하고 있어 수도로서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새로운 수도의 동쪽에 위치한 대전은 이 시기부터 수도를 방어하는 전략상 중요한 곳으로 새롭게 부각됐다.

대전은 신라와의 교류를 위한 교통로인 동시에 신라의 옥천, 보은지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군사적 요충지였던 것이다. 따라서 백제가 웅진으로 천도한 이후 교통로와 국경선을 방어하기 위해 많은 산성들이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삼국사기>동성왕 20년(498) 7월에 사정성을 쌓고 고위 관리를 파견해 이곳을 지키게 했다는 기록과 이후 동성왕 23년에 탄현에 목책을 설치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신라에 대한 대비책으로 성을 쌓은 것임을 알 수 있다.

660년 백제는 나당연합군에 의해 결국 멸망했다. 하지만 3년 동안 백제 땅 곳곳에서 백제부흥운동이 일어나는데 대전지역 또한 백제부흥군의 주요 거점 중의 하나였다. 신라에서 웅진으로 전쟁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길목을 백제부흥군은 거점으로 삼았고 이에 신라군은 안전하게 물자와 병력 조달을 위해 반드시 이곳을 차지해야만 했다. 김유신이 이끄는 신라의 대군이 옹산성과 우술성을 함락하고 이후 당군에 의해 진현성을 함락해 웅진으로의 교통로를 확보했다. 이후 대전의 산성 중 일부는 고려, 조선까지 사용됐는데 그 중 계족산성은 대전 산성 중 규모가 가장 크며 조선시대에는 봉수대가 설치되어 운영됐다.

현재 40여 개에 이르는 대전의 산성 중 발굴조사가 이뤄진 것은 정비를 목적으로 한 보문산성, 계족산성, 월평동산성의 3건이며 구제발굴로 이루어진 월평동유적 1건을 포함 4건에 불과하다. 문화재로 지정된 사례는 국가사적지 1곳, 시도기념물 23곳, 문화재자료로 14곳이 지정되어 있다.

오랜 세월 도시와 함께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전의 산성은 지금은 비록 낡고 허물어져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지역을 지키고 나라를 지켰던 의미만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살려 산성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져 오는데 매년 3월1일 공주시, 세종시, 유성구민이 모여 안산동 산성에서 안산산성제를 올리고 있으며, 산성축제, 산성지킴이 활동 등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산성을 알리고 지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정명자 시민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송악면, "가을꽃 향기 만끽하세요"
  2. 축구부 학부모에게 3천만원 편취한 대학 전 감독 실형
  3. 대전 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이 교권침해, 교사들 사퇴 촉구
  4. 대전천서 물고기 1600마리 집단폐사…"탁해진 색깔과 악취"
  5. 베이스볼드림파크 공정율 64프로…‘내년에 만나요’
  1. 제12회 자원봉사 어울림 한마당
  2. 숙취운전 통근버스가 화물차 추돌… 10명 다쳐
  3. 충남교육청, 유아 나이스 연수 개최
  4. 대전 학생들 전국 과학대회서 두각… 노벨과학 꿈키움 프로젝트 효과 톡톡
  5. 응급실 가동률 충남대병원 32%·충북대병원 18%

헤드라인 뉴스


응급실 가동률 크게 줄어… 충북대병원 18.8% ‘전국 최하’

응급실 가동률 크게 줄어… 충북대병원 18.8% ‘전국 최하’

충남대병원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응급실 가동률이 32.4%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2월부터 시작한 의정갈등으로 전공의가 사직하면서 진료 역량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19일 공개한 전국 16개 국립대병원이 제출한 응급실 가동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8월 말 국립대병원 응급실 가동률(병상 포화지수)은 평균 46.7%이다. 지난해 평균 응급실 가동률 70.5%보다 23.8%p 감소했다. 특히, 충남대병원과 충북대병원에서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응급실 가동률이 가장 낮은 곳은 충..

현실감 떨어지는 공공임대주택…10평 이하 절반이 `공실`
현실감 떨어지는 공공임대주택…10평 이하 절반이 '공실'

공공임대주택이 실거주자들의 주택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공실 중 절반은 전용 31㎡(약 9.4평) 이하의 소형평수인 것으로 조사돼 현실적인 주택 수요에 맞게 면적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충남의 공가 비율은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고, 대전과 세종, 충북의 공가율도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충남 아산시갑)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LH 임대주택 공가 주택수 및 공가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L..

국내 유일 특수영상 특화 시상식 `대전특수영상영화제` 팡파르
국내 유일 특수영상 특화 시상식 '대전특수영상영화제' 팡파르

과학기술과 영상산업이 결합한 국내 유일의 특수영상 특화 시상식인 '대전 특수영상영화제(Daejeon Special FX Festival)'가 9월 20일부터 9월 22일까지 카이스트 및 원도심 일원에서 개최된다. 대전시와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진위원회가 후원하는 이번 영화제는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와 드라마 중 우수한 특수영상 작품을 선정하고 제작에 기여한 아티스트들과 배우를 시상하는 행사로 2019년부터 개최된 대전 비주얼아트테크 어워즈를 지난해 대전특수영상영화제로 확대 개편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 날리는 가을비 폭염 날리는 가을비

  • 베이스볼드림파크 공정율 64프로…‘내년에 만나요’ 베이스볼드림파크 공정율 64프로…‘내년에 만나요’

  • 독감 무료 접종 내일부터 시작…‘백신 점검 완료’ 독감 무료 접종 내일부터 시작…‘백신 점검 완료’

  •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