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인 배재대 항공운항학과 정희용 교수가 승무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모든 승객을 배려할 수 있는 인성이라고 강조했다. |
대전 출신인 정 교수는 승무원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대학으로 진학한 뒤 본격적으로 승무원의 꿈을 키웠다. 정 교수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친한 친구와 함께 같은 학교 같은 과에 갔다가 승무원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정 교수가 첫 비행을 한 것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포발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첫 비행의 느낌은 '멘붕' 그 자체였다고 정 교수는 전한다. 그는 “매우 긴장한 탓에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여기저기서 승객들의 질문과 요구가 빗발치는 통에 진땀을 뺐다”며 “이리저리 정신없이 쫓아다니다 하와이 해변이 어렴풋이 보이는 때가 되어서야 내가 정말 스튜어디스가 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뿌듯했다”고 첫 비행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첫 비행에서 느꼈던 승무원의 책임감과 자부심이 향후 승무원 생활을 하는데 있어 큰 이정표가 됐다”고 흐뭇해했다.
정 교수는 이때부터 4년 동안 세계 방방곡곡 안 다녀본 곳이 없다. 이후 그는 결혼하게 되면서 제복을 벗고 대학교수로 변신했다. 한국영상대 스튜어디스과에서 6년 동안 강의를 하면서 교수로서의 자질을 가다듬었다. 정 교수는 지난해 대전 지역 최초로 전문 항공인을 양성하려는 배재대와 더욱 큰 무대로의 진출을 바라는 자신의 생각이 맞아떨어져 이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드디어 배재대 항운과 1기생 40명이 입학했고 정 교수는 이곳에서 열정적으로 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정 교수는 승무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인성을 꼽고 있다. 그는 “비행기 안의 승객은 저마다 목적지에 가는 이유도 다르고 성격과 요구사항도 가지각색이며 심지어 자신의 화를 승무원에게 푸는 경우도 있다”며 “승무원은 기내의 모든 승객 심리를 읽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추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는 외국어 능력을 꼽았다. 영어는 기본이고 일어, 중국어, 독일어 등 제 2외국어 능력 배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를 위해 배재대가 추진하는 해외어학연수 및 봉사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재학생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정 교수의 목표는 항공사가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 육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그동안 대전에 관련 학과가 없어 승무원 또는 항공인의 꿈을 가진 대전의 인재가 다른 곳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만연해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 배재대 항운과가 생겨나 대전에서도 항공인이 다수 배출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승무원으로서의 인성은 물론 최근 화두로 대두하고 있는 안전교육, 국제 감각을 키워주는 교육을 중점적으로 시행해 유능한 항공인 육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승무원 출신인데 교수의 꿈을 키운 계기는 무엇인지.
▲결혼을 하면서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이후 계속 비행생활을 동경해왔다. 우연한 기회에 강의요청을 받았고 항공 승무원의 희망을 갖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 있게 다가왔다.
항공 승무원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정보 또한 많았지만 잘못된 정보와 항공 승무원에 대한 직업의식 없이 화려함만 좇는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현직에 있는 제자 항공 승무원들과 교직에 있는 선후배들과 정보를 공유해서 올바른 학습이 되도록 하고 있다.
배재대 항공운항과는 올해 신설돼 선배는 없지만, 현직 항공 승무원들이 선배를 자청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제자들이 꿈을 이루어가는 모습, 그리고 앞으로 후배를 도와주는 모습이 곧 나의 꿈을 이루는 순간이고 앞으로 계속 학생들과 함께할 일이라 생각한다.
-승무원 시절 가장 기억나는 일은.
▲승무원 근무 시간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가끔은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 꿈을 꾸기도 한다. 세계 곳곳을 팀원들과 함께 여행하거나 비행 중 일어난 많은 일이 기억에 남는데 이 가운데 나라의 중요한 외교 일을 보러 가시는 분을 모신 적이 있었다.
객실 브리핑을 하면서 좀 더 신경 써서 편안한 비행을 하실 수 있게 모셔야 한다는 사무장의 얘기를 들었다. 당시에는 승무원 경력이 짧은 '주니어' 신분이라 더욱 긴장을 하고 실수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비행을 시작했다. 비행 중에 그분은 나에게 청년으로 미래에 대한 조언과 대화를 하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훌륭하다'라는 단어를 직접 체험한 날이었고, 그 후로 지금까지 내가 존경하는 분은 그분이다.
-승무원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는.
▲항공 승무원이란 직업을 화려한 유니폼이나 자유로운 해외여행 등의 겉모습만 보고 꿈을 꾸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항공 승무원도 하나의 직업임을 알아야 한다. 직업임을 인식하고 그 후에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성'이다.
승무원이란 직업은 마음의 그릇이 매우 커야 한다. 비행기에 탑승한 400여 명의 승객은 성격도 비행 목적도 기분도 다르다. 이 다양한 승객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다 품을 줄 아는 마음의 그릇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행기 안에서 승객 안전을 책임지고, 목적지까지 편안한 비행이 되도록 하는 것이 승무원의 가장 큰 역할이다. 승객이 필요한 부분을 먼저 알고 도움을 주는 서비스마인드도 바로 인성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배재대 항공운항과의 주요 교육목표는 무엇이며 향후 진로는.
▲항공 승무원은 국제적인 감각이 필요한 직업이다.
우선 외국어 중점교육이 필요하다. 영어능력뿐만 아니라 최근 항공사에서 제2외국어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배재대 해외언어프로그램을 통해 학비지원과 학점이수도 가능한 교환학생, 장단기 해외연어연수를 통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등 국제적인 감각과 어학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외국어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항공 승무원으로 갖추어야 할 국제 매너와 예절, 서비스마인드와 기내 서비스 교육을 하고 있다. 향후 다양한 승객의 나라별, 성향의 특성에 따라 그리고 다양한 기내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에 따라 각각의 승객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항공 서비스 전문인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예비 승무원'인 제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배재대 항공운항과는 대전 최초 4년제 신설학과다. '최초', '시작'이라는 단어에 도전한 학생들은 이미 도전정신을 입증했다. 예비 승무원의 관문인 항공서비스선서식도 성공리에 잘 마쳤고 주간 생활계획표를 통해 시간 관리나 체력관리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토익성적도 날로 향상되고 있다. 앞으로도 모든 일에 도전하고 이루어 나갈 것이며 언제나 어떠한 일이든 '최초'의 수식어가 붙는 항공 승무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은 우리가 스승과 제자로 만났지만 4년 후에는 선후배가 돼 비행생활을 같이 얘기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라는 말을 제자들에게 항상 전하곤 한다. 이는 '최초에서 최고로' 성장하는 항공운항과, 프로다운 항공 승무원이 되는 날까지 제자들에게 멘토가 될 것이라는 나의 다짐이기도 하다.
정희용 교수는…
학력:한남대 대학원 경영학과(국제경영 및 마케팅) 졸업. 경영학 박사 경력:대한항공 객실여승무원, 한국재래시장학회 상임이사, 시장경영진흥원 평가위원 강의분야:글로벌항공교육론, 글로벌항공서비스매너, 항공객실서비스론, 항공식음료서비스실무 저서:항공업무론, 항공객실식음료론
대담=오주영 교육체육부장·정리=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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