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기대, 증여받은 땅<8만7531㎡> 반환 왜?

5년 이내 기숙사 갖춘 장애인학교 건립 약속 안지켜 법원 “특약 전제로 성립한 계약이므로 불이행땐 무효”

학교법인 대전과학기술대(이사장 이한종)가 8만7531㎡에 달하는 부동산을 무상으로 증여받고도 계약내용을 지키지 않아 되돌려주게 됐다.

대전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이현우)는 백모(77)씨가 대전과기대(옛 혜천대)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백씨는 2005년 대전과기와 부동산(대전 서구 정림동 일대 임야) 증여계약을 체결했다. 증여 목적은 당시 혜천대 부설학교로 60인 수용 규모의 기숙사 시설을 갖춘 장애인 특수학교를 건립하기 위한 것이다. 백씨가 증여계약서에 부동산은 학교법인 기본재산으로 사용하고 5년 이내에 건립하지 않으면 부동산을 환수한다는 '특별계약'을 명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계약에 따라 대전과기대는 같은 해 부동산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학교 기본재산으로 편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대전과기대는 기숙사 건립 등의 특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백씨 측은 “증여계약은 특약이 이행될 것을 조건으로 체결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은 만큼, 소유권이전등기는 말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이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이 편입돼 관할청의 허가 없이는 임의 처분이 불가능하므로 대전과기대는 관할청에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백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특약이행을 전제로 한 만큼, 증여계약은 효력이 없다”며 “부동산 무상증여 목적이 기숙사 등의 건립에 한정된 만큼, 대전과기대는 백씨가 부동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관할청의 허가 절차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