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한 결혼이민자도 버젓이 수강신청… 사회통합프로그램 구멍

천안 위탁기관 대리신청 물의, 개인정보 유출 2차피해 우려

법무부 대전출입국사무소가 결혼이민자의 조기정착을 돕기 위한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가운데 천안지역 일부 위탁기관이 이미 해외로 출국한 결혼이민자까지 대리로 수강신청을 해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법무부와 순천향대학교에 따르면 사회통합운영기관거점사업으로 천안 7개 기관을 비롯한 대전·충남 34개 교육기관에서 1~5단계의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으며 교육을 받은 이민자는 체류자격 변경, 영주자격 취득 시 한국어능력 입증을 면제하고, 최종 교육과정인 한국사회이해를 이수하면 귀화 필기시험 및 면접심사를 면제해주는 혜택을 주고 있다.

따라서 귀화를 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온 결혼이민자들은 위탁기관에서의 한국어 교육을 반드시 거쳐야 할 정도로 관심이 높아 지난해에도 17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천안 일부 기관이 국내에 거주하지도 않은 수강생까지 대리로 신청해 줬다가 발각돼 물의를 빚고 있다.

3년째 위탁받은 A기관은 1~3단계의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단계별 수강생과 청강생 등 20~30여명이 한국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월 A기관은 결혼이민자 17명 전원을 대리로 작성, 인터넷상 수강신청을 해줬으며 그 가운데 4명이 수강신청 당시 해외에 거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A기관은 지난해 11월 강의가 끝난 뒤 3개월가량 방학을 했고 그 기간 결혼이민자가 고국으로 휴가를 떠나 어쩔 수 없이 대신 신청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A기관뿐만 아니라 일부 기관들도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어나 컴퓨터를 모른다는 이유로 대리 수강신청을 수시로 벌일 가능성이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리 수강신청을 해줄 경우 결혼이민자의 개인 인적사항을 별도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악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1단계씩 100시간, 시간당 2만5000원~2만8000원씩 강사료가 지급되는 상황에서 3명 이하로 수강생 신청이 없을 경우 프로그램이 취소될 수 있어 일부 교육기관은 결혼이민자의 개별 요구 없이도 멋대로 수강생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거점센터가 이들 개별 교육기관에 대해 예산만 지급할 뿐 지도나 감독할 권리가 없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어서 관리보완책도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출입국 사무소 관계자는 “천안지역 A기관에 대해 위임장 없이는 대리신청을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며 “A기관에 등록만 한 채 외국에 있던 결혼이민자 4명에 대해 출결체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기관 관계자는 “3월에 개강하던 것이 2월로 앞당겨져 생긴 오해”라며 “1개월 이상 무단결석하면 제적을 당하기 때문에 수강생들을 위해 이수정지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천안=김한준 기자 hjkim7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