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정의, 신이 주신 의사의 사명, 뜨거운 감정으로 환자 치료"

[이준규]“정의, 신이 주신 의사의 사명, 뜨거운 감정으로 환자 치료"

아픈 동생 고쳐주려 의사의 길…31년 9개월, 의과대학 교수로 “수익보다 가족 대하듯…” 강조, 제자들 병원에서 '제2의 인생'

  • 승인 2014-07-01 13:40
  • 신문게재 2014-07-02 9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중도초대석]이준규 대전센텀병원장(전 충남대병원장)

‘조물주가 소를 마들면서 60년의 수명을 줬고 대신 사람의 경제적인 활동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했다. 소는 30년만 살겠다고 답했다. 조물주가 개를 만들면서 30년의 수명을 주면서 사람의 안전을 위해 살라고 했다. 개는 30년이 길다며 15년만 살겠다고 했다. 조물주가 원숭이에게 30년의 수명을 주면서 대신 사람을 많이 웃기고 재미있게 살라고 했다. 원숭이 역시 15년만 살겠다며 대신 인간을 재미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신은 사람을 만들면서 30년만 살아라. 대신 지혜를 주겠다고 했다. 사는동안 소와 개,원숭이가 지켜줄 것이라 했다.

 하지만 사람은 30년은 짧다. 이왕에 나눠줄 것이 있다면 소가 반납한 30년과 개와 원숭이가 반납한 30년을 더 달라고 했다. 때문에 인간의 수명은 90년이다. 사람은 3가지 인생을 산다. 태초에 받은대로 30년은 부모밑에서 살고, 30년은 소같이 일하고 산다. 다음은 개와 원숭이가 반납한 30년은 가족과 남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준규 전 충남대병원장에게 은퇴이후의 삶을 묻는 질문에 그가 풀어낸 이야기다.

31년9개월간의 긴 시간이었다. 의과대학 교수로 살면서 많은 환자들과 희로애락을 경험한 전 충남대학교 이준규 병원장은 직무를 마치고 대전센텀 병원 원장으로 제2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역 대학병원의 교수로 지역 의료계 발전에 공헌해온 그가 선택한 앞으로의 인생에 여유와 연륜이 묻어난다.

정형외과 명의로, 때로는 병원 행정의 최고 자리인 병원장을 지내면서 지금의 충남대병원을 만들기 까지 그의 노고와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의학은 학문이 아닙니다. 1+1은 2라고 하지만, 의학은 다를 수 있어요. 0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알쏭달쏭한 문제를 내는 이준규 원장은 30년이 넘는 의사생활 동안 깨달을 바를 이렇게 풀어냈다.

이 원장은 “결과적으로 원칙을 따르되, 의사들은 어머니 같은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의학은 현재 환자들에게 적용하고 있고 처치하는 내용들은 진단과 기계가 발전하면서 누구나 다 가능한 분야가 됐다. 문제는 의사들의 정성이 들어가야 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소위 말하는 뜨거운 감정을 불어 넣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감정이 메말라 있는 의사들의 환자는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라며 “의사는 냉철한 이성도 있어야 겠지만, 뜨거운 감정과 환자를 바라보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산 벌곡이 고향인 이 원장은 6ㆍ25 전쟁 직후에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그는 대전에서 초등학교와 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군대 생활도 대전에서 하면서 대전에서 생활한 시간이 무려 60년 이상이다. 대전에 애정이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가 의사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5남매의 장남인 이 원장은 의사라는 직업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동생들과 집안을 위해 선택했다. 또다른 이유는 막내여동생의 병 때문이었다.

지금은 치료도 간단한 디프테리아로 고통스러워 하자 여동생을 위해서 의사가 돼야겠다는 그의 의지는 더욱 굳어졌다. 이 원장은 의사 생활을 하면서 의사의 소명에 대해 분명한 정의를 갖고 있었다.

그는 “신하고 사람이 다른 이유는 신은 생로병사가 없고,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며 “신은 대신 사람에게 스스로 치유 능력을 줬다. 예를 들어 뼈가 부러질 경우 뼈 사이에서 진이 나와 스스로 붙을 수 있도록 신체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또 “의사의 역할은 신이 사람에게 준 능력을 문제가 없도록 도와주는 보조사”라며 “뼈가 부러진 경우 구부러지지 않게 반듯이 붙이는 역할을 도와준 것이 의사다. 신이 다 도와줄 수 없으니 의사들이 하라며 하늘이 준 천직이 의사”라고 정의한다.

목사나 신부가 정신적으로 인간을 돌보는 사람이라면 의사는 육체를 돌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의사가 무슨 특별한 권한을 가진 사람처럼 환자의 생사를 좌우하는 권력자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조그만 역할 하나를 준 것 뿐”이라며 “하늘의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 병원에서 명예원장 역할을 하며 이같은 의사의 정의를 각인시킨다. 부를 좇아야 하는 개인병원 후배 원장들에게 잊어서는 안되는 정의를 강조하는 이유도 그의 의사로서의 철학에 있다.

“하늘은 의사에게 부를 창조하지 않도록 합니다. 대신 가난하게 살게 하지 않습니다. 의사생활을 하면서 부를 좇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이유죠.” 이 원장은 “신이 주신 의사의 사명이 있는데 개인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부를 추구한다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환자를 돈으로 생각하지 말고 가족처럼, 부모처럼 생각하면 부는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진료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다고 하자. 이 치료가 아니면 문제가 생긴다고 할 것이 아니라 환자 중심으로 환자가 부담되지 않는 방향의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젊은 사람들은 '도'아니면 '모'라는 방식을 갖고 환자에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데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한다.

자칫 수익에 좇겨 환자를 대할 수 있는 후배 의사들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주고 있는 그다. 이 원장은 충남대병원장 시절 대형 병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그가 병원장을 지냈던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의약분업으로 장기 파업이 이어진 이후여서 병원사정이 좋지 못했다. 많은 적자가 남은 상태였고 여건이 나빴다. 그는 재임 기간동안 열심히 노력했다.

오래된 시설 보수를 위한 병원 리모델링을 시작했고, 마스터 플랜을 짜며 충남대병원의 기반을 만들었다.

환경개선과 함께 진료실 동선을 환자 중심으로 바꿨다. 병원의 우선인 환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편의시설을 만들고 환자들이 움직여야 하는 동선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충남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들과 병원 리모델링과 환경 개선을 위한 자문을 받는 등 독선적이지 않고 전문적인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그다.

그는 “그당시 직원들 고생이 정말 많았다. 직원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병원장을 무사히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병원장 시절 그는 병원 직원들에게 “가족이 병원에 오면 어떻게 하겠느냐? 병원은 막다른 골목에 있는 아픈 사람들이 오는 곳이다. 그런 사람을 치료하는 곳에서 불친절하고 불편하게 한다면 직업의식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준규 원장이 제2 인생을 살고 있는 대전센텀병원은 특성이 있다. 매달 환자가 병원을 찾는 통계를 내면, 환자 상당수가 의사들이 보낸 친인척들이 많은 편이다.

이 원장은 “좋은 현상이다. 원장들의 성품이 올바르다보니 경영을 생각하기 보다는 환자를 생각하는 치료를 많이 하고 있다”며 “의사들이 자신의 친인척을 보내는 것은 그만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자들이 올바른 형태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 같아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이 원장의 의사생활을 본받아 2남1녀의 모든 자녀를 의료인으로 키워냈다. 큰딸은 산재병원 재활의학과 재활센터 소장이고, 큰 사위는 보훈병원 내과 의사다. 둘째딸과 사위는 충남대학교병원 피부과와 내과에 근무하고 있다. 아들은 외국계 제약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두딸 내외가 모두 의사이지만 이 원장은 개원을 강요하지 않았다. 평소 의사의 소임을 강조해왔던 그였기에 개원보다는 공립 병원에서의 봉사를 강요한 이유도 크다.

“의사라는 소명을 고맙게 생각한다.내가 가진 면허로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요양병원이나 의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봉사를 하며 멋진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30년동안 의료인으로서의 봉사, 마지막까지 봉사를 논하는 그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 이준규 원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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