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산하기관장들은 임기가 마무리돼 공모절차를 앞두고 있지만 대부분 자리보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 시에 따르면 시 산하공사와 공단, 출연기관장은 모두 14자리에 달한다.
이중 출연기관인 인재육성재단은 시 교육협력담당관이 겸직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13자리다. 이와는 별개지만 대전시티즌 사장, 시체육회 사무처장, 시생활체육회 사무처장, 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도 시장이 임명하는 만큼 시장 임기와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임기만료를 앞둔 산하기관장은 대전도시공사(8월)와 대전마케팅공사(10월), 대전복지재단(10월) 등이며 대전발전연구원장은 전임 원장의 지방선거 출마에 따라 현재 공석이다.
산하기관장들은 공모절차와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임명된 만큼 임기를 보장받는다. 독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신임 시장이라도 산하기관장들을 강제로 내보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산하기관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정치적 활동을 했다. 향후 자리보전이나 추가 이동을 노렸던 것이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나 지지율 면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여 미리 당선 가능성을 예측해 정치적 노선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산하기관장 이외에 산하기관 일부 인사는 선거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차기 사장 제의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선거운동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하기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산하기관장 대부분이 특정 후보에 줄을 대고 선거운동을 펼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임기가 보장된 자리인 만큼 본인 스스로 나가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민선 5기 염홍철 전 시장은 2010년 7월 취임 이후 기존 산하기관장들의 임기를 모두 보장했다. 불출마 선언 이후에는 차기 시장의 인사를 고려해, 산하기관장들의 연임 조건을 1년 단위로 끊을 정도였다. 앞서 민선 4기 박성효 전 시장은 당시 산하기관장들의 일괄사표를 추진했지만 1명만 사직하는데 그쳤다.
문제는 산하기관장들이 공모와 이사회 의결 등 절차를 거쳐 임명되지만 이는 형식적인 요식절차에 그치고, 내정되는 상황이어서 '관피아' 논란과 함께 정치적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일 출범하는 민선 6기 권선택 시장은 행정은 물론 인사통이다. 시에서 정무부시장과 행정부시장도 지냈다. 시를 떠난지 횟수로 12년 됐지만 내부 사정에 밝고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산하기관마다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시청의 한 관계자는 “신임 시장이 취임한다고 산하기관장들이 옷을 벗는 것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특정 후보에게 정치적으로 제스처를 취한 기관장들 또한 자리보전에 연연하는 것이 씁쓸하다”며 “부적절한 처신을 한 산하기관장들은 용단을 내리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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