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1일부터 서대전시민광장에 운영됐던 중구자원봉사협의회의 리본부스와 리본띠 모습. |
#최근 택시를 탄 변모씨(48ㆍ대전시 서구)는 서대전시민광장의 노란 리본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택시기사에게 '언제 사라졌는지'를 묻자 기사는 특정정당의 이름을 꼭 집어 말하며 “그 정당에서 노란 리본을 다 떼어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시민들의 뜻을 특정정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용하고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노란 리본을 다 떼어갔다는 것. 실종자가 다 돌아오지도 못했는데 선거가 끝났다고 한마디 설명도 없이 떼어가서는 안된다는 택시 기사의 말에 놀라는 한편 택시기사의 말이 과연 사실인지 궁금해졌다.
#대전 중구에 사는 시민 김모씨(40)는 최근 유성구 유림공원을 찾았다가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이 여전히 달려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중구 서대전시민광장의 노란 리본은 이미 사라졌기 때문. 실종자들이 모두 돌아온 것도 아닌데 서대전광장의 노란 리본들은 왜 사라졌는지가 궁금해진 김씨는 추모열기조차 '냄비끓듯' 쉽게 식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했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서대전시민광장에 걸렸던 노란 리본들이 6월초 사라지면서 노란 리본의 행방을 묻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세월호 추모 리본 8000여개를 담은 종이 상자 앞에선 대전시 중구자원봉사협의회의 이옥화 회장(사진 왼쪽)과 배영숙 사무국장. |
이 회장은 “유가족을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 않다. 작은 도움이나마 드리고 싶어서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리본부스를 운영하게 됐던 것”이라며 “리본 하나 하나에 담긴 시민들의 소중한 마음을 알기에 떼어낸 노란 리본들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도 심사숙고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서대전시민광장에 걸려있던 노란 리본은 세월호 참사 49재를 앞두고 지난달 1일 리본부스를 철수하면서 함께 거둬들였다. '49재'를 맞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데다 리본이 펄럭이는 것을 보면 우울한 생각이 든다는 일부 시민의 민원도 있었기 때문이다. 떼어낸 리본은 현재 중구자원봉사센터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다. 수거된 노란 리본은 8000여개, 커다란 종이 상자에 꽉 찰 만큼 많은 양이다.
중구자원봉사협의회에서는 노란 리본을 단원고 유가족들에게 전달하는 안을 비롯해 처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실종자가 모두 돌아온 뒤 노란 리본을 어떻게 할지 최종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이 회장은 “타 시도에서는 어떻게 했는지 아직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대전시민들의 애도하는 마음이 훼손되는 일 없도록, 노란 리본을 경건하고 의미 있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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