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규제개혁, 업무태만 보고서?

지난달 보고된 62건 중 절반 제때 수정안돼 일부 실적높이기 혈안… 가점보단 벌점 줘야

자치구별 규제개혁 규모에 따른 정부의 가점평가를 오히려 벌점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 개정법에 따라 규제내용을 자치구가 제때 바꾸지 않은 사안이 규제개혁 대상으로 버젓이 지정돼 업무태만에 따른 비난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들어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규제개혁이라는 정책을 자치단체에 지시했다.

개선하거나 폐지할 수 있는 대상 가운데 10%가량을 폐지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향후 검증과정을 거친 뒤 기초자치단체까지 그 실적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치구는 지난달 등록규제 가운데 62건을 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이들 폐지 가능 규제중에서는 이미 자치구가 법 개정 등에 따라 세부내용을 제때 바꾸지 않은 내용도 상당수 포함됐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개정에 따른 등록규제 삭제 16건과 안행부 종이수입중지 폐지에 따른 등록규제 삭제 17건 등 33건이 해당한다. 이들 규정은 이미 지난해 법이 개정되거나 정책이 바뀐 상태여서 이미 지난해 세부규정을 변경해놓아야 하는 항목들이다. 동구는 14건이 해당되며 중구 4건, 서구 6건, 대덕구 9건 등이다.

이렇다보니 새롭게 규제개혁을 해야 하는 사안중 절반가량이 업무를 게을리해 제때 규정을 바꾸지 않아 생겨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자치구의 불만도 크다. 실적만 평가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동안 ‘열심히 일한’ 자치구는 오히려 저조한 실적에 저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자치구의 근무태만에 대해 벌점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고 커지고 있다.

　정부 자체적으로 이슈만 부각되면 무조건식 실적만을 도출해 내려한다는 점에서 정책의 진실성을 찾을 수 없다는 비난도 끊이질 않는다.

　대전시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일을 게을리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번 조치로 일단 규제를 정비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며 “내년부터는 각 자치구별로 똑같은 입장에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규제 개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