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과 전북의 도계를 이루며 한때 소통을 상징했던 금강하굿둑이 해수유통 문제로 이젠 두 지역을 가르는 대립의 표상으로 전락되고 있다.
해수유통을 주장하는 서천군과 불가로 맞서고 있는 군산시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천군은 부분 해수유통이 금강호 수질개선을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군산시는 농·공업용수 확보 대안 없는 해수유통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견해여서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강하굿둑은 전북 군산시 성산면과 충남 서천군 마서면 사이에 건설된 길이 1.8㎞의 제방으로 정부가 1990년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염해방지를 위해 1000억원을 들여 조성했고 연간 3억4000만t의 용수를 서천과 군산 일대에 공급하고 있다.
서천군은 하굿둑 조성으로 금강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매년 막대한 양의 토사가 퇴적돼 농업용수 활용이 어려울 정도로 수질 악화를 불러와 해수유통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굿둑 건설 이후 기수역(바닷물·강물 교차 구역)이 파괴돼 민물장어, 참게, 웅어 등 금강을 대표하는 희귀성 어종이 거의 사라진데다 매년 25㎝ 이상의 퇴적토가 쌓여 소형 어선조차 통항할 수 없는 장항 앞바다의 현실이 이같은 주장을 대변하고 있다.
서천군은 금강호 수질 상태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금강호 수질은 현재 4급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영산강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향후 10년안에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5급수로 전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는 지난 2009년 농·공업 용수의 구체적인 확보 대책이 없는 해수유통은 불가능하며 현장 환경실태조사 후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또 2010년부터 2년에 걸쳐 금강하구역 생태계조사 및 관리체계 구축용역에 나서 해수유통시 용수확보 대안이 없고 취수시설 이전에 필요한 사업비가 7100억~2조9000억원이나 소요돼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서천군은 정부발표에 대해 “대안부재와 소요비용 과다라는 결론은 해수유통을 반대하는 전북측 입장을 옹호하는데 지나지 않는다”며 부분 해수유통을 주장해 왔다.
금강하구 부분해수유통 염분확산 수치모델링 용역을 실시한 결과, 해수 유입량과 시간조절로 염분확산 거리를 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용수확보가 용이하고 기존 배수갑문을 5개 이하로 개방하거나 터널을 설치하면 부분 해수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서천군의 주장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 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두 지역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굿둑으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고 양 지자체가 상생 합의를 더 이상 미룬다면 이미 황폐화된 금강이 기다려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서천=나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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