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4 지방선거가 끝나자 마자 박근혜 정부는 의료 민영화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영리자회사를 허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고, 부대사업을 할 수 있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는 등 속도전도 보이고 있다. 의례적으로 시행규칙을 변경하면서 국회 통과도 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이라는 이상한 형태의 개정도 석연치 않다.
지방 선거 이전에는 입도 벙긋하지 못했고 이상한 방식을 취하는 것을 보면, 많은 국민들이 반대할 것이라는 심증은 있었나 보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진료비를 내고 진료를 하고 있지만, 병원들은 영리기관이 아니다. 비영리 기관이다. 영리기관이 아니다 보니 수익을 많이 내면 그에 따른 세금을 상당 수 걷어가고, 대신 병원들의 세금을 큰 폭으로 깎아준다.
비영리 기관은 말 그대로 이익을 내지 못한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료가 수익을 좇기 시작하면 주객이 전도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비영리 기관이기 때문에 병원들은 돈이 없는 환자들을 치료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비용보다는 환자를 우선하는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시행하겠다는 의료의 영리자회사 허용은 지금까지의 의료 윤리를 단 한번에 뒤집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고 의사 임용시 다짐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무색해 지는 대목이다.
병원의 영리 자회사 허용은 병원을 자본의 투자처로 만드는 정책이다. 병원이 환자 진료 외에 호텔업, 목용장, 여행, 체육시설, 생활용품 판매, 건물임대업까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병원의 경영난을 해소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지만, 어찌보면 재벌특혜 정책이고 환자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허용하겠다는 이야기다.
한쪽에서는 사무장 병원을 규제하겠다며, 병원 영리화를 막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소규모 자본이 하면 '불륜'이고, 대규모 자본이 하면 '로맨스'가 되는 모순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의료분야는 특수하다. 단순하게 사업과 경제적으로 판단하고 정책을 시행하면 큰 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있는 사람은 살고, 없는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의료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병원의 이익을 좇는 의료기관의 설립은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보다는 이익과 자본에 치우칠 것이 분명하다.
의료 민영화를 저지하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당장 100세 시대를 맞는 우리들에게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잘못된 정책이 자칫 의료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김민영ㆍ정치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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