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의료민영화에 숨겨진 진실은?

  • 오피니언
  • 청풍명월

[직선곡선]의료민영화에 숨겨진 진실은?

김민영ㆍ정치사회부 차장

  • 승인 2014-06-30 14:54
  • 신문게재 2014-07-01 17면
  • 김민영ㆍ정치사회부 차장김민영ㆍ정치사회부 차장
시기도 절묘하다.

6ㆍ4 지방선거가 끝나자 마자 박근혜 정부는 의료 민영화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영리자회사를 허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고, 부대사업을 할 수 있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는 등 속도전도 보이고 있다. 의례적으로 시행규칙을 변경하면서 국회 통과도 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이라는 이상한 형태의 개정도 석연치 않다.

지방 선거 이전에는 입도 벙긋하지 못했고 이상한 방식을 취하는 것을 보면, 많은 국민들이 반대할 것이라는 심증은 있었나 보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진료비를 내고 진료를 하고 있지만, 병원들은 영리기관이 아니다. 비영리 기관이다. 영리기관이 아니다 보니 수익을 많이 내면 그에 따른 세금을 상당 수 걷어가고, 대신 병원들의 세금을 큰 폭으로 깎아준다.

비영리 기관은 말 그대로 이익을 내지 못한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료가 수익을 좇기 시작하면 주객이 전도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비영리 기관이기 때문에 병원들은 돈이 없는 환자들을 치료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비용보다는 환자를 우선하는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시행하겠다는 의료의 영리자회사 허용은 지금까지의 의료 윤리를 단 한번에 뒤집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고 의사 임용시 다짐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무색해 지는 대목이다.

병원의 영리 자회사 허용은 병원을 자본의 투자처로 만드는 정책이다. 병원이 환자 진료 외에 호텔업, 목용장, 여행, 체육시설, 생활용품 판매, 건물임대업까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병원의 경영난을 해소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지만, 어찌보면 재벌특혜 정책이고 환자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허용하겠다는 이야기다.

한쪽에서는 사무장 병원을 규제하겠다며, 병원 영리화를 막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소규모 자본이 하면 '불륜'이고, 대규모 자본이 하면 '로맨스'가 되는 모순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의료분야는 특수하다. 단순하게 사업과 경제적으로 판단하고 정책을 시행하면 큰 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있는 사람은 살고, 없는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의료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병원의 이익을 좇는 의료기관의 설립은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보다는 이익과 자본에 치우칠 것이 분명하다.

의료 민영화를 저지하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당장 100세 시대를 맞는 우리들에게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잘못된 정책이 자칫 의료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김민영ㆍ정치사회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