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환 유성한가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난 정신 분석가 빅터 프랑클은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통해 다음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에 따르면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강하거나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삶에 가치를 부여했던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환경의 어려움이 우리를 압도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가가 생존에 중요한 결정인자가 된다는 것이다. 위험에서 자포자기 하지 않고 생존과 적응을 위한 노력을 하는 자신을 가치 있게 바라보는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생각해 보자. 대단히 경쟁적이고 극소수의 시험을 잘 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승리자가 된다. 이런 사회의 분위기에서 젊은이들 대다수가 패배의식과 낮은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 놀라운 일처럼 여겨진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가치를 환경과 무관하게 귀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은 어려운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강해진다. 사회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인정받고 가치 있게 본다면 좋겠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또 이런 힘은 부모의 사랑과 애정, 인정에 의해 자라나는 부분이 더 크다. 문제는 많은 우리 사회의 부모들이 자식을 사회에서의 기준-대부분 돈과 학력, 미모등-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가 아이에게 보이는 태도는 아이의 자존심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좋은 기질을 타고 났다 하더라도 학대 받는 상황에서는 좋은 기질이 다 성장하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비록 부족한 기질-이를 평가하고 기준을 잡기도 어렵지만 - 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자란다면 만족스러운 삶을 살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하자면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제대로 사랑하는 것인지 잘 아는 부모도 적은 것 같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자신이 부적절한 양육 환경에서 자란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양육은 배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어려움을 가진 가정에서 성장했다고 슬퍼하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모두 아이를 사랑할 능력을 타고나기 때문이다. 그런 능력을 발굴해서 개발한다면 아이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일관성 있게 아이에 대한 사랑하는 감정을 유지하고 아이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건을 가지지 않고 아이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것, 아이가 잘못해서 혼을 낼 수 있지만 그것이 아이에 대한 사랑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아이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정말 아이를 사랑해서 하는 행동인지 아니면 내 기준에 아이가 도달하지 못해서 아이에게 화 풀이를 하는 것인지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부모가 자신의 양육 태도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부모에게 화를 내거나 실망한 것 같을 때 부모가 너무 예민하거나 완벽주의적이면 상처받고 좌절하게 된다. 어떤 부모도 완벽히 아이를 만족시켜 줄 수 없다. 아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를 실망시키는 것이 부모의 문제로 인한 건지 아니면 아이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것인지를 먼저 구분하고 봐야 할 것이다. 내 아이는 소중하다. 이 아이가 좋은 기술을 가지고 좋은 능력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어려움을 스스로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게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데 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이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더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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