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누구에게도 쉽게 굴복안해…'언더파 결실' 노력에 달려

[골프]누구에게도 쉽게 굴복안해…'언더파 결실' 노력에 달려

성실한 연습ㆍ공부만이 실력향상 담보

  • 승인 2014-06-30 11:43
  • 신문게재 2014-07-01 11면
  • 안치홍 프로안치홍 프로
[안치홍의 골프세상] 골프는 여자와 같다

오래전 여름 후배 두 사람에게 골프를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특별할 정도로 열심히 연습을 했고, 누구보다도 골프를 잘 이해했다. 그는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싱글수준에 올랐고, 프로 못지않은 간결하고 아름다운 스윙을 구사하고 있다.

어느 날 그가 내게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 왔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7년 전 여름이 끝나가는 무렵 동료직원의 친절한 중매 때문이었죠. 그녀는 너무나 우아하고 아름다워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볼 뿐 감히 접근하기가 어려운 여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나에게만은 항상 친절하고 다정한 여자로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 3개월 동안 나는 모든 걸 버리고 오직 그녀에게만 매달렸습니다. 그 때는 공직에 근무할 때라서 퇴근시간 이후로는 거의 그녀와 함께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정성을 다한 3개월 후 나는 결국 그녀에게 데이트 허락을 얻어냈고 첫 번째 데이트 장소를 도고로 정하고 꿈에 부풀어 단숨에 달려갔지요.

그녀는 허겁지겁 달려온 나를 넓은 치마폭으로 감싸주듯 포근하게 맞이해 주었고 나는 그녀의 가슴에 내 전신을 묻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맞이한 첫 번째 데이트에서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그녀는 갑자기 냉정하고 차가운 여자로 돌변했고 말 한마디 걸기가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그녀는 함부로 대하는 걸 용납하지 않았지요. 그녀는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요. 그녀는 매너가 나쁜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만큼의 보상을 주지요. 그녀는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에게는 항상 친절했습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한 톨 부끄럼 없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랑했고 그녀가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마다않고 서슴없이 달려가곤 했습니다. 내가 그녀를 만난 지 2년 쯤 뒤 그녀는 처음으로 내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완강하기만 하였던 고집을 꺾고 드디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모든 걸 순순히 허락했지요. 나는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언더파 달성)

내가 결국 너를 굴복시켰다. 나는 나의 집념을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그 오만 방자함을 그녀는 금방 알아차리고 이내 냉랭해지고 말았습니다. 다시는 거들떠보지 않을 것 같은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며 어디 네 맘대로 해봐. 하고 돌아서서 한마디 말도 없었지요.

그 사건은 나에게 커다란 시련이었습니다. 나는 아직 철이 덜 들었어. 그녀의 자존심을 잘못 건드린 거야. 이 세상 누구도 그녀를 굴복시킬 순 없어. 그녀는 굴복당하는 여자가 아니야. 많은 반성과 함께 나는 수도하는 도반의 자세로 다시 공부에 집착하기 시작했지요.

그녀를 굴복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나의 지식과 안목을 높여야 한다는 자성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녀를 만난 지 이제 7년. 길 수 도 짧을 수도 있는 세월이지만 아직도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없이 우아하고 고매한 자태로 항상 나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사랑을 고백하고는 조용히 멀어져가곤 합니다.

결코 그녀는 어느 누구든 차별하지 않고 항상 친절하고 순수하고 다정한 연인으로써 자신을 찾아오는 모든 골퍼들에게 사랑을 전달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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