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전 중구 서대전시민공원에서 열린 '제15차 산내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김종현 산내유족회장을 비롯한 유족회원 등이 독축(축문을 읽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들은 골령골 표지석 앞에 천막을 치고 제주에서 준비한 음식을 차려 위령제를 올렸다. 제주 4ㆍ3희생자 유족회가 골령골을 찾은 이 날은 1950년 6월 28일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던 재소자와 예비검속자들이 불법적으로 처형되기 시작한 날을 앞둔 기일이었다.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결정서에 따르면 64년 전 이날부터 3주간 3차례에 걸쳐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예비검속된 보도연맹원 등 최소 1800명이 산내 골령골에서 군과 경찰에 불법 처형되고 매장됐다.
당시 제주 4ㆍ3사건으로 303명이 7년 남짓의 형기를 받아 바다 건너 대전형무소에 수감됐고, 골령골에서 처형돼 매장된 것으로 규명됐다.
제주도에 4ㆍ3평화공원이 만들어졌고, 올해에는 국가추모일로 지정돼 지난 4월 국무총리가 참석한 추모식이 치러졌으나, 4ㆍ3사건 유족들은 매년 이날 대전에서 위령제를 한번더 치른다.
아버지가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 희생된 '제주 4ㆍ3희생자 유족회' 정문현 회장은 “영혼은 제주공원에 위패를 통해 모셨지만, 많은 희생자의 육신은 여전히 대전 '골령골에 있어 매년 이곳을 찾아 오고 있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신경써서 수습하고 추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산내 골령골에는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끌려가 희생됐던 희생자 유족들이 찾아와 눈시울을 적셨다.
서울에서 찾아온 박두심(67ㆍ여)씨는 “1948년 여수에서 예비검속된 아버지가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후 희생된 곳이 골령골이라는 것을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2008년 알게 됐다”며 “아버지 유해 찾아 위패라도 모실 수 있다면 마음이 놓이겠다”고 했다. 또 서천과 공주에서 보도연맹 희생자 유가족들이 찾아와 꽃을 바치고, 골령골 난개발에 한숨을 쉬기도 했다.
골령골 위령제가 끝난 후 서대전시민공원 야외음악당에서는 원불교 대전충남교구의 참여 속에 제64주기 제15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김종현 (사)대전산내사건 희생자유족회장은 “아픈 상처는 덮는다고 잊히지 안는다”며 “속히 유해를 발굴해 영령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평화공원을 만들어 안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