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정상의 자만과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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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정상의 자만과 몰락

[중도춘추]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산업정보언론대학원장

  • 승인 2014-06-25 13:26
  • 신문게재 2014-06-26 16면
  • 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 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산업정보언론대학원장
▲ 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산업정보언론대학원장
세계인의 관심 속에 브라질 월드컵의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컵의 최대 이변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의 탈락을 들 수 있다. 네덜란드에게 1-5, 칠레에게 0-2로 지면서 남은 호주전 결과에 관계없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유로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 등 세계 최초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 세계랭킹 1위의 축구팀으로 지금까지 적수가 없다던 무적함대가 아니었던가! 한 번이 아닌 한 시대를 지배한 스페인 대표팀이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으로 처참하게 몰락할 줄 누가 생각조차 했겠는가.

스페인 대표팀은 티키타카로 대변된다. 티키타카란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듯이 축구에서 짧은 패스로 공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페인 대표팀은 짧은 패스와 높은 볼 점유로 대변되는 티키타카 축구로 한 시대를 지배하였다. 세계를 호령하던 스페인 축구팀이 이렇게 급격하게 침몰하게 된 외부적인 요인을 살펴보면, 스페인 팀은 다른 나라의 집중 타깃이 되었고 상대팀들은 스페인을 상대할 새로운 전술 대응들을 개발하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것이 스페인식 패싱과 점유 축구에 대한 대응과 공략법이었다. 지난 시즌 유럽 프로축구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이 최고의 티키타카 축구클럽인 명문 바로셀로나를 무너뜨린 것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티키타카 축구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수비 블록과 높은 압박 위치, 공을 탈취한 뒤 최단시간에 상대 골문으로 접근해 마무리하는 형태 등 새롭게 개발된 전술이 최강 스페인 팀을 무너뜨린 외적인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내적인 요인으로는 정상의 자리에 선 자의 자만과 변화에 대한 거부를 들 수 있다. 권불십년(權十年)이란 말이 있듯이 정상의 권력도 10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축구의 경우도 동일하다. 동일한 구성원으로 10여년 세계를 호령했지만 이들도 세월과 함께 노쇠 한다.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망각하고 세대교체를 게을리 하면서 체력적으로 떨어진 동일한 멤버로 정상의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자만이 오늘의 몰락을 잉태하였다. 스페인 대표팀은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한 채 정상의 자리에 안주하여 변화하기를 거부하였다. 정상의 자리에 안주하여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외면한 채, 적절한 세대교체를 이루지 않고 새로운 전술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 한 스페인 대표팀의 모습에서 오늘의 몰락은 이미 예비 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정상을 유지하는 것은 정상을 쟁취하는 것보다 어렵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축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에서도 수없이 증명돼 왔다. 소니는 아날로그 기술에 대한 과신으로 디지털 기술에 대해 소홀히 함으로 전자업계 최고의 자라를 삼성에게 양도하고 계속하여 몰락해 가고 있다.

한때 세계 휴대폰시장의 지존이었던 노키아는 정상의 자리에 안주한 채 새로운 스마트폰의 거센 조류를 외면하고 시장지배력만 믿다가, 결국에는 다른 회사에 인수되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핀란드 경제까지도 어려움에 처하게 하였다. 세계 게임시장을 지배하던 닌텐도 또한 인터넷과 스마트폰에서의 게임 방식이 거세게 몰려오는 것을 외면하여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정상의 자리에 오르거나 정상 가까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과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상에 안주하여 자만 속에 변화하기를 거부하는 기업은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치는 축구팀이나 기업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국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세계최강 무적함대 스페인 대표팀의 몰락은 당연하지만 잊어버리기도 쉬운 이러한 이치를 우리에게 생생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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