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미룬 관세화 유예 연말 종료… 갈등 수면위

1995년 5만1307t서 올 40만8700t '8배' 증가… 농민단체 강력 반발 “다양한 방법 협상”

●긴급진단 '쌀 시장 개방' 해법은 없나 - 1. 총괄

쌀 관세화 유예 종료 시점이 올해 말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외국산 쌀을 일정량 의무수입하는 대신 쌀 수입 전면개방 시기를 20년간 미뤄왔다. 정부는 오는 9월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를 목표로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통해 이달 말까지 최종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는 정부가 쌀 시장 개방의 불가피성을 내세워 쌀 관세화를 선언하면서 농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본보는 연말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앞두고 쌀 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쌀 관세화 유예 종료= WTO에 가입한 국가들은 자국의 농산물에 대한 비관세장벽을 없애는 대신 관세를 설정해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농산물에 대해 관세화 의무를 이행했으나, 쌀은 외국산 쌀을 일정량 의무수입하는 조건으로 관세화 이행을 20년간(1995~2014년) 유예했고, 그 유예기간이 연말로 종료된다.

우리나라의 쌀은 개도국으로서의 특별대우를 인정받아 10년 관세화를 미루고, 그 대가로 의무수입물량을 늘려왔다. 이에 따른 쌀 의무수입물량은 1995년 5만1307t에서 10년이 지난 2004년 20만5228t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2004년에 협상을 다시 해 10년간 관세화 유예를 연장했으며, 또한 그 대가로 의무수입물량을 늘렸다. 2005년 22만5575t이던 쌀 의무수입물량은 올해 40만8700t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20년동안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쌀 의무수입물량 또한 8배 정도 증가하게 됐다.

▲향후 일정=정부는 지난 20일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서 쌀 관세화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사실상 쌀 관세화를 선언했다.

정부 관계자는 “쌀 소비 감소 추세에서 의무수입물량을 추가로 늘리는 것은 쌀 산업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며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해 웨이버(일시적 의무면제)를 하더라도 WTO 체제하에서 웨이버가 종료되면 관세화 이행이 불가피하다”며 쌀 시장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이달 말 쌀 관세화 유예 종료 입장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국민담화에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외국산 쌀에 적용할 관세율과 구체적인 대책방안 등을 국회에 보고하고 동의절차를 구하게 된다. 이런 절차를 거쳐 오는 9월 WTO에 쌀 관세화 관련 최종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쌀 관세화 추진은 난관이 예상된다.

농민단체들은 처음부터 하나의 방법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현장유지(관세화 유예), 웨이버 적용, 관세화 등의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협상에 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정부가 쌀 관세화 최종입장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농민의 의견이 배제된 의사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내포=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