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충 충남도립청양대 총장 |
시중에는 '공무원이 정해주는 대로 사는 사회를 공정사회'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공무원들이 다해 먹는 사회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들과 국민의 시각은 괴리가 크다. 권력자라고 하는 경찰도 밤새 만취한 취객에 얻어맞는 나라다.
가끔 친구들을 만난다. 퇴근 후 6시에 만나자는 것이다. 빨라야 7시는 넘어야 된다고 하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어디있냐고 비아냥거린다. 아침 일찍 나와 밤늦게 까지 일하는데 공무원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업무 때문에 나갈 수 없다고 하면 출세하더니 사람 달라졌다고 한다. 공무원 생활 10년만 하면 친구 다 떨어진다고 말한 한 선배의 말이 기억이 난다.
한번은 택시기사와 이야기 하는 중에 '공무원들은 생기는 게 많다면서요'라고 묻는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요. 그런 거 없어요'라고 답한다. 믿지 않는다. 택시기사는 '그렇지 않다고 하던데요. 한 공직자의 집에서 몇 억씩 발견됐다네요'라고 되묻는다. 할 말이 없다.
빠듯한 생활을 주변에서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근무 강도도 매우 높다. 한 선배가 청와대에 근무할 때는 부부생활이 안된다고 한다.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근무해보니 실감이 났다. 아침 7시부터 밤10시까지 주말 없이 일하는 것은 기본이다. 외부의 시선도 스트레스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개인적으로 문제가 된 경우도 앞에 청와대직원이란 말이 붙게 된다. 내가 잘못하면 내가 책임지면 되는데 청와대까지 포함시키니 스트레스가 과중된다.
요즘은 모든 공공기관이 다 비슷한 수준이다. 공무원 보수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한 적이 있다. 첫 직장교육은 6개월은 민원 전화를 받지 말라는 것이다.
제도를 명확히 알려면 6개월은 걸린다는 것이다. 잘못 답변하면 답변자의 이름이 문서에 부기되고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에 들어오기 전의 경력을 공무원 보수에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민원의 핵심이었다. 규정을 만들다보면 항상 해석이 모호한 부분이 생긴다.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행정은 대규모 조직이다. 모두 자기 일이 중요하고 예산이 부족하다고 한다. 업무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관리자는 무능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자기가 맡은 일을 하다 보면 실제로 처리하고자 하는 전체의 모습을 알기 어렵다. 관리자가 모든 과정을 체크해줘야 하는데 업무 부담이 만만치 않다. 자기가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다 보면 시간은 시간대로 비용은 비용대로 들면서 당초목적과는 달리 업무가 처리될 수도 있다. 이러한 업무처리 시스템을 관료제라 부른다.
관료제는 행정의 비능률을 상징하는 대표적 단어다. 규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개인의 생각을 반영할 여지가 거의 없다. 문제가 있어도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그대로 움직인다. 규정이 바뀌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고 달리 일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문제점이 있지만 이러한 시스템에 따라 국가가 운영될 수밖에 없다. 문제점이 최소화되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몇 십대 일은 기본이며 수백 대 일의 경쟁을 거친다. 그 정도의 경쟁을 거친 사람은 기본적인 능력은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 열심히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니 대처하는 능력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관료제의 틀 속에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모든 것을 국민편에서 처리해 주려한다. 하지만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불편하겠지만 규정이 잘못됐다고 무조건 공무원들이 잘못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기 위해서 오늘도 공무원들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아침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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