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옥희 천안청수초 교장 |
그중에서도 학생들의 관심과 보호 속에 사랑을 받는 나무가 네 그루 있다. 네 그루중 하나는 담장 옆에 홀로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다른 학교에서 보기 힘든 나무를 학생들은 '새달나무'라고 부른다. 열매 맛이 새콤달콤하다고 지어낸 앵두나무의 다른 이름이다.
꽃이 진 자리에 콩알같은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는 동안 전교생은 앵두를 보며 입안에 고이는 침을 삼키곤 한다. 그러나 설익은 열매를 따는 사람은 없고 모두 나무 지킴이가 되어 앵두가 익어 가도록 보살피며 기다린다. 마음 아픈 사오월을 보내는 동안, 선홍색 열매가 탱글탱글 잘 여문 보석같은 앵두를 수확하여 유치원과 일학년 중심으로 맛보고 나머지 학생들은 나무에서 따 먹도록 하였다. 앵두를 먹던 날, 입 안 가득 퍼진 앵두 한 알의 신맛에 일그러진 얼굴을 서로 마주보는 모습에 교실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런데 홀로 있는 앵두나무는 한 알의 열매도 맺지 않았다.
청수 배움터에서는 여러 가지 열매들이 맺어가고 꽃이 환하게 피어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년부터 운영한 쑥쑥 농장에서는 여러 가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토마토, 가지, 고추, 호박 등의 식물이 심어져 따사로운 햇볕과 학생들이 주는 물을 먹고 쑥쑥 자라고 있다. 저마다 탐스러운 열매들이 달려있는 모습을 보며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학교 막내인 유치원 아이들이 기르는 텃밭을 보면 식물이 조금씩 자라나는 만큼 아이들의 마음도 조금씩 자라나는 것 같다.
빠름에 익숙해지고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사회이기에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기다린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들과 마주칠 때마다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 그리고 느린 친구들을 이해하고 기다리는 모습에서 마음이 한 뼘씩 자라나는 모습을 바라본다.
어울림이 아름다운 이곳, 천안청수초는 병설유치원 6학급과 초등학교 17학급 규모를 가진 곳이다. 통합지원반은 유치원, 초등학교 합쳐서 4학급이 있다. 통합지원반 학생들과 함께 학급에서 생활해가며 아이들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도와주는 행동을 능숙하게 한다. 친구가 어렵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있는 힘껏 도움을 준다. 자신의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가는 모습을 볼 때면 학생들의 순수하고 고운 마음에 서로 기쁨이 넘쳐난다.
빠름, 서두름, 변화에 익숙해지고 있는 요즈음, 하나의 열매가 맺어가고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바라보며,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느림의 미학을 생각한다. 여유를 가지게 되면서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미세한 변화에 대해서 느낄 수 있으며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한다.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통합지원반 학생들과 다니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른 사람의 행동을 기다려주는 것, 이해하는 것이 앵두 지킴이를 실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교육은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변화의 기다림으로 이어진다. 앞으로도 청수 배움터 곳곳에서 학생들의 고운 마음이 다져지고 계속 자라기를 바라면서, 더욱더 영글어지도록 도와야겠다. 도우며 기다리다 보면, 노력한 만큼 좋은 열매를 보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청수 배움터는 따스함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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