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인사청문회를 대전시 인사에 적용하려면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을 비롯해 사장과 감사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면(任免)한다는 지방공기업법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대상을 산하 기관장에서 부시장, 고위 공무원으로 확장한다면 보다 까다로운 절차가 따른다. 다른 몇몇 지역에서 관심을 보인 가운데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은 지방 연립정부 파트너인 야당 측 요구로 청문회 실시를 공언했다. 어느 것이든 법적인 근거는 없다.
대전시의회가 의욕적인 조례를 만든다 해도 덜컥 상위법에 걸린다.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의 기관분리형 형태를 띤 대전시가 오늘이라도 청문회가 가능한 기본 틀을 구비한 것과는 무관하다. 제주도 사정을 보니 새 조례안에 민선 6기 첫 행정시장부터 청문회를 한다고 못박았다. 청문회 대상을 경제환경부지사와 감사위원장으로 한정한 제주특별법 44조에 반하는 규정이다. 광주광역시의회 조례는 대법원의 공기업 인사검증 조례안 무효 판결을 받았다. 제왕적 인사 시스템을 수술한다 해서 성급히 특정한 결론에 집착하지 않을 이유는 나열한 것들보다 훨씬 많다.
지방정부 차원의 청문회 검토는 민선 1기에서 5기까지 논공행상을 앞세운 정실인사, 밀실인사, 낙하산인사에 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한다. 그러다가도 중앙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 치열하던 생각이 바뀐다. 선진화된 제도에 후진적인 방식은 '우리 동네 청문회'라는 개콘 코너의 정치풍자로 되살아났다. 청문회는 인사권자 전횡을 막고 업무 능력과 전문성, 도덕성을 가리는 장치인데도 대한민국 국회는 전체보다 부분에 '올인'하는 환원주의의 오류에 빠져 있다.
검증의 이름으로 멀쩡한 인품을 간장종지 그릇으로 만들어버리는 인격살인을 지방의회에서 배울까 무섭다. 청문회 통과가 인사의 목적처럼 되다 보니 명재상 황희 정승이 나와도 낙마하게 생겼다. 지방 청문회도 이렇게 '마녀사냥' 식이면 공직 서로 안 맡는다고 다툴 것이다. 옥석 안 가리고 지방 관피아라며 비리의 온상으로 내모는 손가락질 역시 불온하다. 공공재를 생산하는 동일선상의 조직, 지방행정의 연장선상인 것이 지방공기업의 얼굴이다. 지방공기업에 청문회 도입이 거론되는 건 인사의 투명성이나 공정성 외에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전시 인사청문회 아이디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년 전 대전시의회가 공론화에 나섰다가 이내 불씨를 꺼뜨렸다. 시간은 더 걸릴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산하 공기업 사장 임용 때도 안 하는 청문회를 지방공기업에 왜 하느냐”며 난색을 감추지 않는다. 국회는 소 닭 바라보듯 무관심하다. 그나마 김동철 국회의원이 지방공기업 사장의 인사청문회 관련 법안을 재작년 이맘때 발의했지만 여태 무소식이다. 인사가 '모든 것 혹은 거의 모든 것'이라는 관점에서 전국시·도의회협의회 등이 적극 거든다면 효과적일 수는 있겠다.
그 이전, 지방 인사청문회 법제화 전까지는 '지방공기업 사장 인사청문회 도입'이라는 핵심공약을 우회해 구현하는 스킬도 써볼 만하다. 하나의 객관적 진리만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람을 다루는 인사의 세계다. 곧 눈앞에 펼쳐질 민선 6기 첫 인사에서 유비 같은 리더, 제갈공명 같은 스태프, 관우와 장비 같은 라인, 조자룡 같은 프런트, 화타 같은 프리랜서까지 골고루 잘 기용해 대전시 전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인사의 95%가 상식이라고 본다. 그런 의지만 굳건하다면 청문회를 할 큼직한 명분이 사라진다.
당분간은 변칙, 편법이라는 평가를 듣더라도 견뎌야 한다. 대신에 시정평가제, 시민감사관제, 인사공시제도, 시의회 간담회 등을 활용하고 발굴-추천-검증의 '시스템 인사'를 통한 청문회 이상의 성과로 시민을 만족시키면 된다. 조만간 단행할 모든 인사에 두루 적용시킬 원칙이다. 공기업으로 말하면 지방공기업임원추천위원회 시스템 개선이 급하다. 지방 청문회는 서둘러 될 일이 아니고 재촉할 일도 아니다. 권 당선인이 강조하는 대로 “인사청문회에 준하는 검증 시스템”이 지금으로서는 최적이며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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