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지방 청문회 서두를 필요는 없다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최충식]지방 청문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중도시평]최충식 논설실장

  • 승인 2014-06-24 12:29
  • 신문게재 2014-06-25 16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민선 6기 출범과 맞물려 '지방공기업 사장 청문회 도입' 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엿새 뒤 대전광역시장이 될 권선택 당선인이 대전도시공사, 대전도시철도공사, 대전마케팅공사, 대전시설관리공단 사장에 대한 대전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결과부터 보면 인사청문회는 지방정부 임의로 하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지방자치법과 지방공기업법에 우선 어긋난다.

인사청문회를 대전시 인사에 적용하려면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을 비롯해 사장과 감사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면(任免)한다는 지방공기업법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대상을 산하 기관장에서 부시장, 고위 공무원으로 확장한다면 보다 까다로운 절차가 따른다. 다른 몇몇 지역에서 관심을 보인 가운데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은 지방 연립정부 파트너인 야당 측 요구로 청문회 실시를 공언했다. 어느 것이든 법적인 근거는 없다.

대전시의회가 의욕적인 조례를 만든다 해도 덜컥 상위법에 걸린다.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의 기관분리형 형태를 띤 대전시가 오늘이라도 청문회가 가능한 기본 틀을 구비한 것과는 무관하다. 제주도 사정을 보니 새 조례안에 민선 6기 첫 행정시장부터 청문회를 한다고 못박았다. 청문회 대상을 경제환경부지사와 감사위원장으로 한정한 제주특별법 44조에 반하는 규정이다. 광주광역시의회 조례는 대법원의 공기업 인사검증 조례안 무효 판결을 받았다. 제왕적 인사 시스템을 수술한다 해서 성급히 특정한 결론에 집착하지 않을 이유는 나열한 것들보다 훨씬 많다.

지방정부 차원의 청문회 검토는 민선 1기에서 5기까지 논공행상을 앞세운 정실인사, 밀실인사, 낙하산인사에 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한다. 그러다가도 중앙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 치열하던 생각이 바뀐다. 선진화된 제도에 후진적인 방식은 '우리 동네 청문회'라는 개콘 코너의 정치풍자로 되살아났다. 청문회는 인사권자 전횡을 막고 업무 능력과 전문성, 도덕성을 가리는 장치인데도 대한민국 국회는 전체보다 부분에 '올인'하는 환원주의의 오류에 빠져 있다.

검증의 이름으로 멀쩡한 인품을 간장종지 그릇으로 만들어버리는 인격살인을 지방의회에서 배울까 무섭다. 청문회 통과가 인사의 목적처럼 되다 보니 명재상 황희 정승이 나와도 낙마하게 생겼다. 지방 청문회도 이렇게 '마녀사냥' 식이면 공직 서로 안 맡는다고 다툴 것이다. 옥석 안 가리고 지방 관피아라며 비리의 온상으로 내모는 손가락질 역시 불온하다. 공공재를 생산하는 동일선상의 조직, 지방행정의 연장선상인 것이 지방공기업의 얼굴이다. 지방공기업에 청문회 도입이 거론되는 건 인사의 투명성이나 공정성 외에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전시 인사청문회 아이디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년 전 대전시의회가 공론화에 나섰다가 이내 불씨를 꺼뜨렸다. 시간은 더 걸릴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산하 공기업 사장 임용 때도 안 하는 청문회를 지방공기업에 왜 하느냐”며 난색을 감추지 않는다. 국회는 소 닭 바라보듯 무관심하다. 그나마 김동철 국회의원이 지방공기업 사장의 인사청문회 관련 법안을 재작년 이맘때 발의했지만 여태 무소식이다. 인사가 '모든 것 혹은 거의 모든 것'이라는 관점에서 전국시·도의회협의회 등이 적극 거든다면 효과적일 수는 있겠다.

그 이전, 지방 인사청문회 법제화 전까지는 '지방공기업 사장 인사청문회 도입'이라는 핵심공약을 우회해 구현하는 스킬도 써볼 만하다. 하나의 객관적 진리만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람을 다루는 인사의 세계다. 곧 눈앞에 펼쳐질 민선 6기 첫 인사에서 유비 같은 리더, 제갈공명 같은 스태프, 관우와 장비 같은 라인, 조자룡 같은 프런트, 화타 같은 프리랜서까지 골고루 잘 기용해 대전시 전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인사의 95%가 상식이라고 본다. 그런 의지만 굳건하다면 청문회를 할 큼직한 명분이 사라진다.

당분간은 변칙, 편법이라는 평가를 듣더라도 견뎌야 한다. 대신에 시정평가제, 시민감사관제, 인사공시제도, 시의회 간담회 등을 활용하고 발굴-추천-검증의 '시스템 인사'를 통한 청문회 이상의 성과로 시민을 만족시키면 된다. 조만간 단행할 모든 인사에 두루 적용시킬 원칙이다. 공기업으로 말하면 지방공기업임원추천위원회 시스템 개선이 급하다. 지방 청문회는 서둘러 될 일이 아니고 재촉할 일도 아니다. 권 당선인이 강조하는 대로 “인사청문회에 준하는 검증 시스템”이 지금으로서는 최적이며 최선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