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관영 대전지방기상청장 |
그리고 또 하나, '여름'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장마'가 아닐까. 긴 기간 계속 내리는 비, 우중충한 하늘, 마르지 않는 빨래, 항상 챙겨야하는 우산, 높은 습도, 곰팡이, 식중독, 전염병 등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연관어가 많이 떠오른다.
'장마'의 어원을 밝히기 위해서, 조선왕조실록에 많이 등장하는 '림우(霖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의 한자 학습서인 훈몽자회(1527, 최세진)에서는 림(霖)을 '오란비 림'으로, 또 다른 한자 입문서인 신증유합(1576, 유희춘)에서는 림(霖)을 'ㄷㅑㅇ마ㅎ 림'으로 풀이하고 있어, '오랜'의 한자어인 '장(長)'과 비를 의미하는 '마ㅎ'를 합성한 'ㄷㅑㅇ마ㅎ'로 표현되다가 1700년대 후반 '쟝마'로 표기, 일제강점기 이후에 '장마'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에 동아시아 지역은 계절풍의 영향으로 정체전선이 발생해 이 전선의 영향을 받는 지역은 장기간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데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장마(Changma)', 중국에서는 '메이유(Meiyu)', 일본에서는 '바이우(Baiu')라고 부른다.
그리고 장마기간 중에도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장마전선으로 인한 비가 시작된 이후에 한동안 비가 오지 않는 날씨가 자주 나타난다. 시기적으로 장마철인데 비가 없거나 비가 적은 날씨가 계속되면 이를 마른장마라고 한다.
또한,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장마기간 이후에도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여 장마기간보다 장마 종료 후 강수량이 많아지고 있다.
처음에 언급한 바와 같이 장마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장마기간 중 매출을 늘리기 위한 기업체의 노력으로 장마 마케팅이 활성화되면서, 우산, 레인부츠, 아쿠아슈즈, 제습기 등 장마용품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 강수량의 30% 이상의 많은 양의 비가 장마기간 동안 내리기 때문에 장마는 우리나라에 매우 중요한 수자원 공급원이라 할 수 있다.
댐에 저장하여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되거나 수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해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이 대두되고 있는 이 시점에 장마에 의한 수자원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장마는 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장마로 인한 대기 정화 효과가 상당히 크며 산불을 예방할 수도 있고 수질을 개선하는 역할도 한다. 또, 봄철 가뭄을 해소하는 작용을 하고 여름철 기승을 부리는 모기를 감소시키는 역할도 하는 것이 바로 장마이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인 장마를 불청객으로 취급하고 푸대접할 것이 아니라 장마의 긍정적인 면을 잘 활용해보자.
보통 장마가 시작되면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불쾌지수가 올라가게 되고, 일조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우울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장마기간이면 매출이 약 2배 정도 오른다는 파전, 녹두전 등 부침개에 함유된 단백질과 비타민 B가 비 오는 날에 드는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니, 비오는 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부침개를 먹으며 오붓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우울함을 떨쳐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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