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법원 판결이 차기 충청권 교육감의 행정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되고 있다. 교육부와 전교조 대립각이 심화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조율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 최교진, 충남 김지철, 충북 김병우 당선자는 전교조 지부장을 지낸 진보 인사로 취임 이후 보수 교육감 당선자보다 '친 전교조'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법원 판결 직전 13명의 진보 교육감 당선자가 법원에 전교조를 옹호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을 때 이름을 같이 올리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다음달 3일까지 전교조 전임자 복귀를 명령했고 전교조는 이에 거부하기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전임자가 복직하지 않으면 직권면직 내지 징계사유에 해당되는 데 이들의 징계권은 시·도 교육감이 쥐고 있다.
따라서 최교진, 김지철, 김병우 당선자가 이에 대해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다. 무작정 전교조 편을 들자니 교육부와 불편한 관계 설정이 가장 부담이다. 시·도 교육청은 교육부가 주는 교부금을 받지 않고는 살림살이가 어려워 '전교조 구하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자칫 교육부 눈 밖에 나면 전체적인 교육행정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정부 방침을 따르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인 세 당선자가 '후배 조합원'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전교조 사무실 지원 중단(임대료), 단체교섭 중지, 조합원에 대한 조합비 원천징수 금지 등과 관련해서도 세종, 충남, 충북 교육감 당선자가 어떻게 갈래를 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수 성향 설동호 대전교육감 당선자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3곳이 진보 진영으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정부 방침을 그대로 따랐을 때 전국적으로 여론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전교조는 21~22일 경기 평택시 무봉산 청소년수련원에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대정부 총력투쟁 방침을 정했다. 전교조는 27일 오후 서울역에 모여 대규모 규탄 집회를 갖기로 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6만 조합원 가운데 되도록 많은 조합원이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조퇴한다는 방침이어서 오후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전에는 전체 교원 1만4000여 명 가운데 7%가량인 1000여 명이 전교조 조합원이다. 세종·충남지부는 전체 교원 중 약 15%에 해당하는 3500여 명이 전교조 소속이다.
이에 대해 이세중 세종·충남지부장은 “조퇴 투쟁은 집행부가 아닌 전국 대의원들의 의견으로 수업을 당겨 하는 식의 수업 결손을 최소화 하겠다”며 “법원 판결은 전교조 탄압이 분명한 만큼 지역 조합원과 함께 강경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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