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 시장 개방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사실상 쌀 관세화를 선언한 반면, 농민단체는 관세화 유예, 현상 유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며 쌀 시장 개방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박건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심의관은 지난 20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서 “쌀 관세화 유예를 위해서는 상당한 대가가 수반돼야 한다”며 “'의무면제' 협의시 회원국들이 쌀 시장에 국한되지 않은 시장개방 요구를 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쌀 관세화 연장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도 “쌀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 시장 접근 물량을 추가로 늘리면 쌀 산업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2004년에 관세화 했다면 최소시장 접근 물량을 소비량의 4% 수준에서 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9%를 수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의 발언은 연말로 종료될 쌀 관세화 유예를 더 이상 미룰 경우 국내 쌀산업 피해가 예상된다며 쌀 시장 개방 불가피성을 언급한 것.
반면, 농민단체는 개방을 적극 반대했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관세화뿐만 아니라 현상 유지, 관세화 유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WTO 회원국들과 협상해야 한다”면서 “쌀 관세화로 고율의 관세를 설정한다고 해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FTA(자유무역협정) 등 다른 협상에서 관세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무조건적 쌀 시장 개방을 반대했다.
그는 이어 “쌀은 식량주권 문제인 만큼 정부가 이달말까지 입장을 정하지 말고 국회와 정부, 농민이 함께 협의하는 범국민협상단을 구성한 뒤 WTO 통보 전 국회가 비준동의안 처리에 준해 이 문제를 다뤄야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농 충남도연맹은 국제연합식량연합기구(FAO)를 앞세워 정부가 쌀 시장 개방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전농 충남도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쌀 관세화 재협상을 앞두고 정부가 입장정리의 시점을 이달말로 예정한 가운데 쌀 전면개방을 강행하기 위한 정부의 반농업적, 반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며 “DDA와 FTA 농업분야 통상현안 충청권 설명회가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쌀 시장 개방은 주농업으로 하는 충남농민에게는 생존권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이라며 “23일 FAO 협회의 충청권 설명회를 무산시키고 28일 전국 농민들과 함께 투쟁해 쌀 전면개방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선언했다.
내포=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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