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희생자들은 어떠한 법적인 절차도 없이 희생됐다. 한국전쟁 때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영국 종군기자의 증언록과 다른 문건들을 토대로 학살 규모와 매장 장소도 파악됐다. 인민군이 금강 전선을 돌파하자 여자들을 포함해 37트럭분의 인명을 살상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뼈아픈 역사지만 덮어둬서는 안 된다.
희생자들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단지 인민군에 동조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학살당했다. 억울한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가족의 절규를 들어야 한다. 대전 산내학살사건의 진상 규명과 유해 발굴에서 상생의 단초를 찾아야 할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들춰내는 것은 명예 회복의 길이라는 전향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일부 평화재향군인회 회원들이 민간인 집단 암매장지를 찾아 “원혼들을 진심으로 위로한다”고 밝힌 것은 본보기가 될 만한 사례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가 이뤄져야 할 공간에 변변한 추모비 하나 없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사유지인 까닭에 토지 소유주 동의의 어려움 등으로 발굴이 지연되고 있다면 책임 있는 국가기관이 나서줘야 한다.
산내 골령골은 2007년 34구의 유해 발굴 이후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다. 암매장지 한복판 등 현장은 훼손 정도가 극심한 상태라는 전언이다. 해당 지역에는 지형 변화까지 예상되는 만큼 현장보존 조치를 위한 국가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내 학살은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또 다른 한국전쟁이다.
더 늦기 전에 산내 골령골 희생자 유해 발굴 재개를 공론화해야 할 때라고 본다. 관심을 갖고 희생자들의 유해를 찾는 일부터 재개해야 한다. 7년 전 발굴 이후 한 차례 발굴도 없었다는 것은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길 거부하는 자세나 마찬가지다. 대전 골령골은 물론 청원 분터골, 경산 코발트광산, 구례 봉성산 등에도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분열과 대립, 외면과 회피는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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