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진행되는 브라질 현지와 12시간의 시차가 나면서 새벽과 아침에 집중되는 경기로 관련 업계의 매출 증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국가대표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 예선리그 첫 경기인 러시아전이 열리기 전날인 지난 17일 밤 대전 둔산동의 호프집은 월드컵과는 관계없이 영업이 진행됐다.
호프집 관계자는 “4년전만 해도 대형 TV를 틀어놓고 함께 경기 중계를 하며 영업했지만, 올해는 며칠전부터 플래카드를 붙여놔도 문의하는 사람 조차 없었다”면서 “오히려 한국전 경기 전날엔 일찌감치 손님이 끊겼다”고 말했다.
월드컵만 되면 밀려드는 주문으로 월드컵 특수를 누렸던 치킨업계 역시 월드컵이 시작되도 매출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배달 아르바이틀생을 따로 더 고용해야 할 정도였던 이전 월드컵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중구 대흥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경기가 새벽에 시작하다 보니 월드컵이라 해도 매출은 큰 변화가 없다”면서 “오히려 새벽 경기로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손님들로 매출이 예년에 비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길거리 응원이 줄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준비한 응원용품과 축구용품은 판매 증가폭도 크게 늘지 않았다. 대전지역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월드컵 응원 도구가 20~30% 증가에 머물렀다”며 “매장에 비치한 물량이 모두 소진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나마 UHD(초고해상도) TV를 출시한 가전 업계의 경우 각종 할인행사와 다양한 판촉활동에 힘입어 평균적으로 판매가 20~40% 늘었지만 월드컵 특수인지는 모르겠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 월드컵이 경기 침체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유통업계는 이 같은 소비 침체로 다음주 열리는 한국대표팀의 경기에 월드컵 관련 이벤트를 열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계속된데다 월드컵이 보통 새벽에 열리면서 유통업계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지 않아 월드컵 마케팅을 계속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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