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판결]“비과세토지 일시적 임대, 수익사업 아니다”

  • 사회/교육
  • 법원/검찰

[주목할 만한 판결]“비과세토지 일시적 임대, 수익사업 아니다”

법원 “세금부과 부당”… 건양학원, 서구청 상대 7억대 소송 승소

  • 승인 2014-06-19 17:43
  • 신문게재 2014-06-20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지방세 부과를 놓고 대전 서구청과 학교법인 건양학원이 맞붙었다. 영리사업자가 아닌 학원 측이 학교·의료시설을 짓기 위해 산 토지 일부를 임대료를 받고 임대한 사실을 안 서구청이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이다.

건양학원은 2007년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대전 서구 관저동 건양대병원 일원의 토지(9만6128㎡)를 130억여원에 샀다. 학교와 의료용지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2011년 11월 학교법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비영리사업자가 사업을 위해 부동산을 살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 등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지방세법에 따라 서구청은 당연히 일체의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땅은 확보했지만, 학원 측은 곧바로 대형사업에 착수할 수는 없었다. 설계와 시공사 입찰 등의 절차와 재원조달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고, 의료시설 증축을 위해서는 자연녹지로 지정된 건양대병원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야만 했다. 착공까지 당분간 땅을 방치할 수밖에 없게 되자, 학원 측은 병원 주차난 해소를 위해 임시주차장을 설치하고 일부에는 환자들의 휴식을 위한 산책로와 숲을 조성했다. 나머지 별다른 활용방안이 없었던 일부 토지(9929㎡)는 장학금 마련을 위해 일시적으로 기업체들에 보증금과 임대차기간 없이 월 200만원을 받고 임대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서구청이 비과세대상 토지에서의 임대계약을 수익사업으로 보고 취득세와 등록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 모두 7억4300여만의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학원 측은 받아들이지 않고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11월 기각됐다. 하지만,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는 승소했다.

학원 측은 “지방세법 단서조항 해석상, 3년의 경과기간 내에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일시적으로 수익사업에 사용했는지와 관계없이 비과세대상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전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구창모)는 건양학원이 서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논란의 핵심은 임대계약을 수익사업으로 볼 수 있느냐였지만, 재판부는 수익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우선, 학원 측이 임대한 토지는 매수한 토지의 10% 정도, 임차료 합계도 매수대금(130억여원)의 0.046%(60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었다. 즉, 수익사업으로 보기엔 돈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임대계약 체결 시 목적사업이 앞당겨질 경우 언제라도 해지할 수 있고, 토지 변형 없이 현 상태로 임대한다는 특약을 명시해 임대사업을 계속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수입을 창출하는 수익사업이 목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목적사업 진행 중 시간적인 한계를 정하고 나대지를 그 상태 그대로, 적은 금액으로 임대해 단기간의 임대차가 끝난 후 나대지를 돌려받아 원래 목적대로 병원건물 신축에 사용하는 것으로, 수익사업을 위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