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환 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그래서 힘에 겨운 일들로 마음고생이 많은 요즘의 국민정서를 감안해 볼 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할 일은 국민들로 하여금 내일에 관한 희망찬 이야기가 가능한 이야기꺼리나 이슈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거운 발걸음이 천근만근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국민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던 국무총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내정자가 발표되었다. 흐트러진 정국을 바르게 수습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개혁과제들을 혁신적으로 추진할만한 인사가 발표되기를 고대하던 국민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인사들로 꽉 짜여진 내정자들이 발표되었다.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내정자들의 면면은 이들을 추천한 정권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우리나라 사람인지가 의심될 정도다. 현재의 재난적 상황을 아우르기에는 번지수가 영 다른 사람들로 보이기 때문이며, 국민의 이익과 기대를 앞세우기 보다는 정권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에 분주할 인사들로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저런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면서 이번에는 개혁적 이미지가 분명한 인물이거나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인물들이 등용되기를 국민들은 열망했다. 실제로 정권적 차원의 이익을 잠시만 내려놓으면 국민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정권의 도덕성과 정당성 그리고 개혁적 이미지까지 한꺼번에 들어 올릴 분이 우리나라에 수두룩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여당에 속한 인사들마저도 인터넷을 뒤져서 겨우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냈다고 할 정도로 낯선 인물을 찾아낸 심사는 무엇일까? 기본적인 도덕성마저 구비하지 못한 인물들을 어쩌면 그리도 용하게 골라서 내정할 수 있었을까? 그 분들의 인격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나 내정자들의 이름 석자가 발표된 이후, 쏟아지는 각종의 정보들은 한심하고 답답하고 절망스럽기 한량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국무총리 내정자는 언론외길을 달려 온 강직한 언론인이어서 국가적 과제를 착오 없이 수행할 적임자이며, 다른 후보자들도 국가정책을 원만하게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분들이어서 발탁했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쥐어박고 싶을 정도다. 오죽하면 보수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언론매체들마저도 강한 의구심을 여과 없이 표현하고 있겠는가.
국민들은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생각을 달리 할 것으로 믿었다. 여당 중진인사들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달라지겠다'면서 생뚱맞은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진정성마저 느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결과가 국민들의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신문기사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런 식으로 국민들을 좌절시키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슬프기까지 하다. 단언컨대, 이번 인사는 빵점 인사다. 국민들의 기막힌 설움을 풀기에는 한참 역부족일뿐더러 그들의 개탄스러운 역사인식이나 도덕성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자존심마저 깔아뭉갠 꼴이 되어 버렸다. 더욱 실망스런 것은 무례하기 짝이 없었던 국무총리 내정자의 태도나 그를 옹호한답시고 내놓는 논리가 국민을 우롱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대다수의 내정자들이 남은 인생을 국가개조에 일조하겠다고 했다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자신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개조하는 일에 남은 생을 보내는 것이 훨씬 급한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 정권이 진정으로 성공한 정권이 되려면 우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사를 주요공직에 추천하는 것이다. 정권의 핵심에 포진하고 있는 분들은 이제라도 국민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은 그렇지 않아도 피곤하다. 인사와 정책을 생산하는 일에 국민의 기대를 먼저 고려하시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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