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알아야하는 특허이야기] 특허와 인문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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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알아야하는 특허이야기] 특허와 인문학의 만남

경복궁 vs 자금성… 건축미학과 발명의 운명

  • 승인 2014-06-19 14:07
  • 신문게재 2014-06-20 11면
  • 천세창 특허청 특허심사1국장천세창 특허청 특허심사1국장
▲ 천세창 특허청 특허심사 1국장
▲ 천세창 특허청 특허심사 1국장
'특허 프리즘'으로 인문학을 바라보면 어떨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영국의 타워브리지, 송도 인천대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건축 유형문화유산에 특허가 녹아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러한 문화유산만큼이나 특허와 발명을 보다 친근감 있게 대하고 사랑하지 않을까?

이런 '특허와 인문학'에 대한 호기심에 경복궁을 거닐어 본다. 많은 이들이 경복궁을 자금성의 축소판이라거나 자금성을 카피하듯 본떠 지은 것이라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경복궁은 1395년 완공되었고 자금성은 그로부터 약 10년 후인 1405년에 시공되었다. 선출원주의 즉, 먼저 출원한 사람이 특허권리를 가지는 것이 글로벌 특허기준이므로 중국과 우리나라 양국에 특허출원이 이루어졌다면 경복궁을 출원한 사람이 특허권을 가지게 된다.

경복궁과 자금성의 유사도에 따른 권리침해가 전제된다면,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특허분쟁과 같은 다툼이 우리가 즐겨 찾는 궁궐에서 똑같이 발생할 수 있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소송에서 일반인들에게 낯선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침해 논쟁이 발생하였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와 구별하게 해주는 총체적인 이미지나 종합적인 외형(물건의 형태, 외형적 느낌)을 말하며, 이러한 이미지나 외형이 식별력을 갖춤으로써 상표와 같이 출처표시 기능을 하면 권리로서 보호해주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 폰의 '외형적 제품디자인'과 '아이콘 배치의 사용자 이용환경(UI)'이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되며 권리침해 다툼이 있었듯이 건축설계 창작물인 경복궁과 자금성에서도 동일한 침해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경복궁에 녹아 있는 특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경복궁의 '전각배치 등 건축설계 창작물'은 특허, 저작권 등으로 보호받고 있고, 경복궁 건축물의 백미인 '지붕의 처마 곡선'은 사이클로이드(Cycloid) 곡선을 지붕구조에 활용하여 빗물이 목조건축물에 침입하는 것을 방지하는 특허와 디자인이 녹아 있다. 결국, 인류유형유산과 특허, 발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 속에 발전해 온 것이다.

경복궁을 거닐다 특허와 건축인문학을 묻고 답하며, 건축미학과 발명의 운명적 만남을 본다. 인류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당시 살아간 사람들의 고민과 과학이 녹아있는 특허, 발명과 함께해 보는 것은 어떨까? 특허를 창조경제의 핵심이라 하고, 인문학은 르네상스 창조경제의 원동력이라 평가된다.

특허가 인문학의 옷을 입는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동반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제2의 르네상스 시대의 구현이 가능하다. 지식기반의 창조경제시대에 '특허'와 함께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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