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엊그제 17일, 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제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했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는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를 강력하게 반영할 수 있는 두 개의 방송통신관련 기구를 만들었다. 그 하나가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해 만든 '방송통신위원회'였다. 대통령 직속 기구로 편제했다. 이 기구는 5명의 위원을 두었는데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을 대통령이 지명한다. 1명은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 다른 2명은 야당이 추천한 사람이 임명되었다. 2008년 닻을 올린 제1기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은 당시 '대통령 형님의 절친'이었던 최시중씨가 맡았다. 이 위원회는 KBS와 MBC의 이사들을 추천하고 EBS의 사장과 이사, 감사를 임명한다. KBS와 MBC의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임하므로 방통위는 공영방송사의 사장을 '뽑거나 내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한 셈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는 신문사업자들에게 종편 진출을 승인하는 정책 결정도 내렸다.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는데, 민감한 정책 결정은 통상 야당 추천위원들이 회의장 안에 머물 때 '3대2', 회의장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 경우 '3대0'으로 끝났다. 며칠전, 야당이 추천한 고삼석 위원이 진통 끝에 추인을 받아 제3기 방통위가 정식 가동되었다.
2008년 탄생한 또 하나의 기구가 바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였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심의를 담당했다. 위원은 9명이다. 대통령이 3명을 위촉하고 국회의장과 국회 상임위원회가 각각 3명씩을 추천한다. 통상 여당이 3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하므로 결과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구성은 '6대3'으로 불린다. 이번에 임기가 시작된 제3기 위원회도 대통령이 3명, 새누리당이 3명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이 3명의 위원을 추천했다. 대통령이 추천한 박효종 전 서울대 교수가 위원장에 선임되었는데 그는 대통령선거캠프에서 일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무분과 간사를 지냈다. 시민사회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할 위원회의 수장으로 적절하지 못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의 역사인식과 전력에 비춰볼 때 방통심의위를 '이념의 전쟁터'로 만들지 모른다는 우려도 표명되었다.
지난 17일 취임식에서 박 위원장은 방통심의위가 '민간 독립기구'라고 강조했다. 방통심의위는 2008년 발족될 때부터 스스로 '민간기구'라고 강변해 왔으나 일찌감치 그 해 6월 헌법재판소는 민간기구가 아니라 '행정기관'이라고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그즈음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도 방통심의위는 민간기구가 아니어서 그들의 결정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심의위원회도 최근 들어 이러한 결정·판결을 수긍해 왔는데, 새로 출범한 제3기의 위원장이 다시 '민간 독립기구' 설을 주창한 것은 발언의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법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위원회의 방송사에 대한 징계 결정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려왔다.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과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공정성·객관성'을 위반했다며 징계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었다. 징계를 받은 사례의 의결은 통상 '6대3' 혹은 '6대0'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새 위원장의 발언의 진의가 법원과 헌법재판소 등의 결정 취지 따위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지, 아니면, 전문성을 갖춘 민간의 지혜를 모아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지인지 엄정히 지켜볼 일이다. 방송의 '공정성' 심의를 '불공정'하게 자행한다는 비판을 더 이상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자판기처럼 반복된 이 위원회의 '6대0' 혹은 '6대3' 결론을 다시 보지 않았으면 한다. 방송의 공정성은 '6대0 위원회'의 정치 게임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소중한 사회문화적 자양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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