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곤 대전노숙인지원센터 소장 |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들을 가장 힘 빠지게 하는 말 중에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처한 대상자들이 사회복지사를 향해 “네가 사회복지사가 맞느냐?”는 것과 “네가 누구 때문에 먹고 사는지 아느냐?”는 말이다. 이러한 공격은 사회복지사들에게 깊은 상처가 된다. 그리고 대상자들로부터 받는 공격이 반복되다 보면 이직을 하거나 사회복지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복지사가 대상자의 공격성에 방어를 하기도 힘들다. 사회복지사의 공격적 말이나 행동은 자칫 인권유린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자의 인권에 대한 인식은 예민해졌지만 사회복지사가 침해받는 인권은 직업적 특성 때문에 생기는, 아직 참아야 하는 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필자의 시설에서 보호할 수 없는 대상자를 데려온 경찰에게 “대상자의 상황이 다른 시설에서 보호해야 한다” 며 인계를 거절했다가 “사회복지 하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일을 해서 되겠느냐?”는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우리 사회는 그 어떤 직업에 비해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대해 과도하게 착한 사람이 되길 원한다. 사회복지=좋은 일, 사회복지사=착한 사람이라는 공식을 대입해 사회복지사는 '착하고 좋은 일 하는 사람'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고 착한 사회복지사 콤플렉스는 현장 사회복지사들을 고민하게 한다.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대상자들의 만족하지 않는 친절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거나 대상자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면 그 사회복지사, 그 사회복지기관은 제대로 된 기관이 아니라고 매도된다. 물론 사회복지사는 기본적인 매너와 품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품성일 뿐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사는 사람을 이해하고 분석할 줄 아는 능력과 사회적 자원의 균형 분배를 통해 대상자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전문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복지사가 불친절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대상자에 대한 친절과 매너, 존중심과 편견 없는 시각은 사회복지사의 아주 기본적인 자질이다. 우리는 몸이 아플 때 아픈 나를 보며 같이 아파해주는 착한 의사보다 내 병을 빨리 고쳐줄 실력 있는 의사를 찾는다. 의사와 사회복지사 모두 사람에 대한 존중심이 기본적인 품성이어야 한다는 것에서는 같지만 유독 우리사회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과도한 '착함'을 요구한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가 요구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사회복지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복지사는 '좋은 일 하는 착한 사람'으로만 인식된다.
착하다는 말의 반대말이 나쁘다는 아니다. 역시 착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이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자기의 삶을 포기하고 성자처럼 살아가는 사회복지사도 있겠지만, 사회복지사는 성직자가 아니라 인간의 삶이라는 현실적인 필드에 존재하는 '사회적 노동자'일 뿐이다. 나는 가끔 이렇게 반문한다. “왜 사회복지사가 착해야 하는가?” 그럼 “착한 사람이 사회복지사가 되어야 하는가?”
필자가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도 20여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나는 결코 '착한 사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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