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이 제조한 2400억대 가짜석유, 주유소에 공급

유령 페인트회사 차려놓고 화학사서 원료 납품받아 대전·충남 곳곳에 저장소, 제조과정서 2차례 폭발 사고도

가짜석유 제조과정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불이 붙은 제조창고.

대전·충남에 제조·저장소를 차려두고 가짜석유 2400억원 상당(1억200만)을 유통한 일당 20명이 검거됐다.

은밀히 운영하던 가짜석유 저장소와 제조소에서는 2차례나 폭발사고가 있었고, 가짜 석유 제조에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대기업 화학사까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가짜 석유 제조 및 저장시설을 갖춰놓고 이를 전국에 유통한 김모(60)씨 등 5명을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이를 주유소에 판매한 오모(28)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공범 2명을 쫓는 한편, 이들에게 가짜석유 원료를 판매한 화학회사 관계자 3명은 배임수재 혐의로, 화학회사 2곳은 석유사업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이들은 화학회사로부터 가짜 석유 원료인 톨루엔과 솔벤트를 공급받는 대리점과 이를 혼합하고 보관하는 제조소, 그리고 판매책으로 역할을 나눠 2009년 4월부터 2013년 5월까지 범행했다.

구속된 김씨 등은 페인트회사로 위장한 유령회사 8개를 통해 국내 화학회사인 두 기업으로부터 톨루엔과 솔벤트를 각각 공급받아 이를 가짜석유 저장소에 판매했다.

저장소로 넘겨진 원료는 다시 대전지역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제조소로 넘어가 솔벤트와 톨루엔, 메탄올을 6대 2대 2의 비율로 섞어 가짜 석유가 만들어졌다. 이들 가짜 석유는 지역 도매업자의 손을 거쳐 서울과 인천 등의 주유소에 공급됐으며, 상당수는 연료첨가제라는 명함으로 지역에서 소비됐다.

이 과정에서 솔벤트와 톨루엔을 생산하는 두 곳의 화학회사 직원 3명은 김씨 일당이 가져간 원료가 가짜 석유에 사용된다는 정황을 석유품질관리원에서 통보 받고도 6376를 공급했다가 입건됐다.

특히, 이들이 가짜 석유를 제조하고 보관하는 시설 대부분이 대전과 금산, 아산, 논산 등 지역에 있었고, 2차례 폭발사고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9월 28일 오전 5시께 금산의 한 불법 제조소가 가짜 석유를 만들던 중 폭발했고, 같은 해 10월에도 금산의 또다른 제조소에서 폭발사고 발생했다.

경찰은 솔벤트와 톨루엔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유령회사를 통한 1100억 상당의 탈세가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김연수 광역수사대장은 “국내 유명의 화학회사가 사용처를 확인하지 않고 위험물질은 판매해 범죄를 방조한 혐의가 있어 두 법인을 입건했다”며 “지속적인 단속으로 석유 유통과정을 바로잡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