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기 편집부국장 |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의 이면에 안전관리와 각종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는 지 점검하고 감독해야 할 해당기관과 단체 등에 자리잡은 관피아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이를 계기로 관피아 병폐를 척결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힘을 받고 있다.
관료들이 퇴직후 자리보전용으로 부처 산하기관이나 투자·출연기관, 업무관련 민간기업과 단체 등에 취임하다 보니 후배 관료들은 선배가 앉아 있는 산하기관과 업무관련 기업, 이익단체 등에 온전한 관리감독을 실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법조계의 전관예우처럼 공직사회에서도 산하기관이나 민간기업에 나가 있는 선배 자리는 먼 훗날 자신의 자리가 될 수 있어 봐주기식 행태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방은 관피아의 폐해에서 자유로운가?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퇴직을 앞둔 지방정부 공직자들도 산하기관인 공사와 공단, 출연기관 등은 물론이고 업무관련 민간기업과 직능·이익단체 등의 기관장과 고위간부직 등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 곳은 관피아 뿐 아니라 선피아(선거 공신+마피아)와 정피아(정치인+마피아)도 판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산하기관인 공사·공단과 출연기관 등으로 옮긴 공무원을 모두 관피아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업무에 정통한 산하 공사, 공단 등으로 자신의 공무원 임기에 맞춰 자리를 옮겼다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한다는 차원에서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아선 안되기 때문이다. 산하 공사·공단 등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공무원 재임시의 능력을 발휘하면 시민들에게는 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
다만 공사·공단 등에 무능력한 공무원이 낙점돼 자리를 차지한다거나 자신의 법적 임기를 초과해 재직하고 있다면 선량한 다수의 공무원과 차별화된 특혜를 받는 것이므로 관피아라 할 수 있다. 그 기간동안 민간 전문인의 진입마저 막은 꼴이다. 대전시장이 인사 추천권을 행사하는 상공회의소 부회장 자리나 산업단지 임원 자리도 관피아 또는 정피아의 소유물이다.
가장 꼴불견은 이익을 챙기는 민간기업이나 단체에서 활동하는 관피아다. 실제 대전시 도시주택국장 등 일부 전직 기술직 고위 공무원들이 퇴임 후 관급공사를 벌이고 있는 지역 유력 건설사의 고위직에 앉아 있다. 일부는 대전도시철도 2호선 등 대형 개발사업을 겨냥한 용역회사의 간부로 채용돼 활동하고 있다. 대전시 녹지국장을 지낸 전임 공무원은 관급공사하는 조경회사의 고위직으로 대전시청을 들락날락 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뻔하다. 선후배로 연결돼 있는 기술직 공무원 조직사회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민간기업의 공사 수주가 원활히 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진행중인 관급공사에 대한 관리감독 약화와 공사 편의 등을 개척하고 유지하는 일이다.
관급 자재 납품을 위해 민간업체의 영업맨으로 활동하는 전직 공무원도 있다. 이 또한 전형적인 관피아다. 대전시내 공원에 설치된 야외 운동기구는 유독 특정업체 제품이 많다. 전직 대전시 공무원이 이 업체의 영업맨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대전시교육청에서 국장을 역임한 전직 공무원은 민간회사에 취업해 교육기자재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해 퇴직 공무원들의 민간기업 취업행태도 교묘해지고 있다. 퇴직 후에는 공무원 재임시 업무 관련 기업에 즉시 취업 기한을 제한해 놓자 모기업의 계열사 등에 취업 등록해 급여를 받으면서 실제로는 모기업 영업신장을 위해 일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시비, 구비 등을 지원받거나 사업을 따내야 하는 복지시설, 각종 직능단체 및 협회는 돈과 일거리를 주는 기관과의 원활한 업무소통을 위해 전직 공무원을 채용하고 있다. 그래서 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복지관장에는 공무원 출신이 많다. 건설협회에는 전직 기술직 공무원이 고위직에 앉아 협회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대학에는 전직 고위공무원이 부총장 등에 앉아 있다.
반면 관피아의 폐해를 스스로 반성하고 모범을 보인 공무원도 있다. 2000년 중반 퇴임한 대전 모 구청의 부구청장은 관내에 개원한 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구청 후배 공무원들이 자신때문에 병원 관리감독에 부담을 느끼는 것을 알고 바로 병원 일을 접고 자숙했다.
관피아의 폐해는 공정사회에 역행한다. 권선택 대전시장에 당선인이 관피아 척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권 당선인이 시대정신을 잘 읽었는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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