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가오동에 마련된 작은 공방에는 한쪽엔 원목 식탁과 선반, 다른 한쪽엔 대형 수납장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구석에 있는 작은 작업선반에서는 직접 원목의 단면을 전기 사포 질로 매끄럽게 작업 중인 회원의 손놀림이 바쁘다.
보기엔 작은 체구의 주부지만 이미 수십 개의 원목 가구 소품을 제작해 본 솜씨다. 최근 DIY(Do It Yourself) 제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원목을 직접 가공해 자신만의 가구를 만드는 마을기업이 대전에도 생겨났다.
마을기업 나무이야기 협동조합(대표 구윤미)은 지난 5월 대전시 마을기업으로 지정된 새내기 마을기업이다.
당초 가구 공작에 관심이 깊었던 구 대표가 2011년 처음 문을 연 나무이야기 공방이 그대로 마을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지역 주부 등 5명이 십시일반으로 출자해 설립한 나무이야기 협동조합은 말 그대로 직접 만들고 꾸미는 원목 가구 공방이다.
보기엔 소규모 공방이지만 그동안 일궈온 구 대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곳에서 직접 가구를 만드는 회원만 해도 200여명에 달한다. 공방 안쪽 창고에는 가구 제작을 위한 원목재단기가 준비돼 있다. 전기 톱날을 이용해야 하는 원목재단은 구 대표가 직접하고 재단된 원목으로 자신만의 가구를 제작하는 게 회원들의 몫이다. 물론, 재단된 원목으로 가구를 만드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공방을 찾은 회원의 경우, 우선 교육과정을 거친다. 원목의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작업부터 원목을 끼워 맞추고 붙이고 장식하는 작업 등을 배운다.
자신만의 가구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마을기업 나무이야기는 이름처럼 다양한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도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다수다.
취미를 위해 자신만의 가구를 만들고 싶은 주부에서부터, 심각한 자녀의 아토피를 줄이기 위해 천연 염색이 된 원목가구를 제작하려는 주부, 가구 공방 사업을 해보고 싶은 가장까지 나무이야기 회원은 그대로 이 마을기업의 자산이다.
언뜻 보면 기존의 가구 공방과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지만, 동네에 거주하는 이웃들 상당수가 이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자신만의 가구를 만들 뿐만 아니라 향후 자신만의 새로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곳이 바로 나무이야기다.
또 나무이야기는 회원들과 함께 자칫 개인화될 수 있는 마을분위기를 화합의 장으로 만드는 플랫폼 역할도 한다.
여기에 나무이야기뿐만 아니라 동네의 다양한 핸드메이드 상점들과 함께 프리마켓을 주기적으로 여는 등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지역 상점들과도 힘을 모으고 있다.
이제는 마을기업뿐만 아니라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지역 상가들과의 연계를 통해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독거노인을 위해 주민센터의 안내를 받아 매월 1인용 밥상인 '희망 밥상'도 제작해 나눠주는 등 지역 사회를 위한 환원사업도 빠짐없이 챙긴다.
구윤미 대표는 “처음 마을기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마을기업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며 “마을기업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뜻을 합치면 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씩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힘을 모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