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경태 이문고 교사 |
주변에는 어느 덧 명퇴를 준비하고, 퇴직 후를 걱정하는 선생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의 이야기로만 여겼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내 이야기처럼 실감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이런 시 한 구절 가르치면서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8년간, 나를 기억하는 제자는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보며 나를 어떻게 연상할까? 생각만 해도 재미있고 궁금하고 또 한편으로는 두렵다. 예로부터 교사의 행동을 일컬어 사표(師表)라 하였다. 교사는 학식과 덕행이 높아 세상 사람의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점이 두렵고 또 두려운 것이다.
어느 성인처럼, 어느 시인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자 노력했고, 잎새에 이는 작은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나름대로는 사도의 길을 걷고자 했어도, 나도 모르게 그렇지 못한 점이 있지나 않을까 하여 두렵다.
선거 때마다 그 잘 나가던 선량들이 말 한 마디 잘못하여 설화(舌禍)를 자초하기도 하고, 거친 행동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는 것을 보면서 언행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국무총리와 내각의 각부 장관들 임용에 따른 청문회를 보면서 그들 또한 과거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그들의 앞날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우리는 여러 차례 보았다.
교사 역시 그들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 직업이다 보니 행여 본의 아니게 학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학생들의 다른 생각을 넓은 마음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그것은 틀린 생각이라고 윽박지르고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또 잘못된 생각이나 오류를 허울 좋은 논리로 포장하며 가르치지는 않았는지 교사의 경력이 늘어날수록 조심스럽다.
내가 하는 일은 국가를 경영하고 가계(家計)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할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은 너무 근시안적인 것이요. 잘못된 판단이다. 교육은 그 흔한 말대로 나라의 백년지대계다. 모든 일의 중심인 사람을 육성하는 일이며 그 중추적인 일을 교사가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에 교사의 역할은 실로 엄청나게 크고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존경받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교직의 풍조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도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회의 중심이 되고 기본이 될 집단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말과 행동에서 사표가 될 교사가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교사는 자신의 교과를 잘 가르치는 수업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도덕성을 겸비하여 삶의 스승으로서 부끄럼이 없어야 한다. 학생들은 교사의 뒷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한다. 그만큼 학생들은 교사와의 관계 형성을 중요시 하며, 교사들을 보며 인격을 변화시키며 성장하고 있다.
오늘도 어디에선가를 나를 지켜보고 또 다른 그 무엇과 연상하고 있을 나의 사랑스런 제자들에게 전문성과 도덕성을 지진 부끄러움 없는 교사이길 바란다. 이를 위해 스스로 거듭남을 다짐하며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 있는” 말과 행동을 하도록 힘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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