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봉수(烽燧) 시설- 외적 침입의 지속적인 감시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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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봉수(烽燧) 시설- 외적 침입의 지속적인 감시장치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4-06-17 13:41
  • 신문게재 2014-06-18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요즈음도 외부 침입을 감시하기 위한 최첨단 기술과 장비들을 끊임없이 연구하여 개발하고 있다. 이미 개발된 기술과 장비들은 그 보다 더 뛰어난 기술과 장비들로 쓸모없게 된다.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장비들의 사용주기도 더욱 짧아지고 있다. 봉수는 이러한 첨단기술의 바탕이 되는 전신, 전화와 같은 근대적인 통신 시설이 등장하기 전에는 최첨단 통신시설이었다. 전근대적인 봉수는 1894년 갑오개혁을 계기로 폐지된 지 120여년이 지나고 있다. 봉수는 국가방위를 위해 외적의 동태와 침입을 감시하여 그 상황을 신속하게 알려야 했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외적의 침입을 당하는 비상시에만 봉수를 시행했던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빈틈없는 감시와 보고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단순히 불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실수 없이 불과 연기를 일으켜서 신속한 보고체계를 갖추기 위한 시설들이 있었다. 언 듯 생각하기에 봉수 시설이 산꼭대기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연기와 불길이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아 곧게 잘 올라갈 수 있는 지형과 지세, 자연 환경들을 면밀히 관찰하여 봉수 시설을 설치하였다. 해변이나 섬 지역처럼 외적과 접촉할 수 있는 최전선에 있기도 하였기 때문에 불과 연기를 피우는 역할과 함께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먼 바다를 바라보면서 육안으로 관찰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외적들이 침입을 하여 봉수시설을 점령하거나 파괴하여 신호체계를 교란시킬 위험에 대비하여 불과 연기를 일으키는 거화 시설을 기본으로 하면서 이를 보호할 수 있는 방호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방호 시설에는 불과 연기를 일으키는 거화 시설인 연대와 연로 주변에 둥글게 구덩이를 깊게 파서 호와 방호벽을 만들고 그 주변에는 나무말뚝을 겹겹이 박았다.

바깥쪽에는 최일선에서 외적의 동태와 감시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이 임무를 수행하던 봉수군의 생활 시설도 자리하고 있었다. 생활시설에는 주거용 건물과 창고, 우물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이 있었다. 깊은 호를 건너다닐 수 있는 다리도 놓여있었다. 거화 시설 옆에는 작은 창고로 쓰이는 집이 있어서 불과 연기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시설 방어에 쓰이는 화살과 화통, 화약, 말똥, 쇠똥 등 30가지에 가까운 물품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렇듯 봉수 시설은 외적 침입의 지속적인 감시장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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